임현수 서울대 국문학과·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14기
근래 우리의 경제구조가 급변하면서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높은 청년 실업률, 복지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통일 비용을 의식한 시민들이 통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통일이 시대적 사명일 뿐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남북 간 소득격차를 고려하면 통일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당시 서독과 동독의 인구 규모와 경제수준으로 볼 때 현재 우리 남북한의 여건보다도 훨씬 양호한 조건이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독일의 경제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지요.
하지만 통일 직후 독일 정부의 부채는 크게 증가하고 물가 역시 빠르게 상승했으며 성장률이 둔화되었으나, 통일 2년차부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놀랍도록 증가해 지금의 독일은 세계 무역순위 3위, GDP 순위 4위라는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실현되면 국방비 절감은 물론 인구 측면에서 약 7500만의 내수시장을 확보하게 됩니다. 북한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개발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더하고, 중국과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러시아 서부 및 유럽까지 진출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립니다.
통일연구원은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6000조원으로 추정하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50년 통일 한국의 국민소득을 8만6000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을 ‘대박’이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불식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우리의 외교안보 전반을 아우르는 국정기조”라며 한반도 평화 조성,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를 추진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8월 “한반도 평화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기구가 없어 통일을 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설 기구가 복잡한 국면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겠지요.
만약 북측이 스스로 통일을 제안해 온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그러나 대통령의 대박론을 왜곡해, 북한 붕괴에 따른 대박을 노린다는 일각의 기대는 여전히 견고한 북한의 통치와 통제력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 희망일 뿐입니다. 그런 근시안적 의도는 아니었으리라 믿습니다. 북한 내부에 급변 사태가 있다고 해도 관계 개선이 지지부진한 현 상태로는 남쪽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태도에 일일이 토를 달고 비판한다면 소통은 요원합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처럼 국력을 증진하고 평화를 세우는 장기적 안목에서 남북 간 기싸움에서 어느 정도 양보하는 지혜와 인내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남북 합의는 국제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및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모두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주체적 자세가 요구됩니다. 누군가 나서주기 바라거나 외압에 휘둘리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세계 유일 분단국이라는 오명을 청산할 기회는 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