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국정원 과장에 징역 2년 6월 실형 선고 <종합>

입력 2014-10-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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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해 기소된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우수 부장판사)는 28일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보현(48) 과장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재윤(54) 처장에게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국정원 권세영(50) 과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48) 영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했다. 국정원 직원들과 공모해 증거를 위조한 협조자 김원하씨에게는 징역 1년2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가안전보장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으로서 더 엄격한 준법의식을 갖춰야 하는데도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심각하게 방해했을 뿐 아니라 국정원에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공동변호인단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음에도 법원이 국가의 사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대한민국을 '공문서 위조 나라'로 만들어 버린 이들에게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이로써 올해 초 법조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증거조작 사건은 일단락됐다. 검찰 논란이 일자 자체적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려 국정워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동시에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통해 유죄판결을 받아내려 했다는 점에서 대공수사 신뢰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김원하씨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위조해 국정원에 전달한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과장은 이 문서들을 진본인 것으로 위장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함께 기소됐다. 이 처장과 이 영사, 권 과장은 '유우성 등 출입경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이 사실과 틀림없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알려진 증거조작 사건은 국정원이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유우성(34)씨가 탈북자 신상정보 등을 북한에 전달한 혐의를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은 유씨가 북한을 넘나들며 간첩활동을 한 것으로 결론짓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고, 검찰은 유씨의 동생 유가려 씨의 진술을 토대로 1심 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유가려씨가 '국정원의 강압을 이기지 못해 허위진술을 하게됐다'고 말을 번복했고, 재판부는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항소한 뒤 2심에서 유씨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유씨의 변호인 측은 이 기록이 위조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중국 당국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결과 실제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씨는 2심에서도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한편 유우성 씨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 등 2명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직무태만, 품위손상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검사 역시 직무태만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으면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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