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은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변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 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큰 흐름을 벗어나진 않는다.
최근 몇 년간의 큰 흐름 안에서도 소소한 변화의 혁신을 일으킬 2015년 IT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까. 2015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많은 연구소와 시장분석 기관들이 올 한해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 ICT 트렌드를 짚어내고 있다. 다수 기관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5가지 트렌드를 추린 결과 △사물인터넷의 활성화 △020(Online to Offline) 서비스 확대 △금융에서의 핀테크 도입 △스마트폰 시장 변화 △모바일 헬스케어 팽창 등이 꼽혔다. 이들 기술의 공통적 특징은 소비자 중심에서 바라본 기술과 서비스라는 점이다. 소비자 중심의 2015년 IT 트렌드를 살펴본다.
‘핀테크’ 상품결제·주식거래…모바일로 간편하게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가 금융업계뿐만 아니라 ICT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ICT 공룡들이 모두 핀테크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플랫폼을 쏟아내고 있다.
핀테크는 말 그대로 금융에 ICT 기술이 더해진 금융거래 기법이다. 특히 모바일을 통해 상품결제나 계좌거래, 주식거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IT 업계와 금융계가 바라보는 가장 핫한 기술이자 정책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핀테크는 ICT의 ‘종합예술’이라고 불린다. 플랫폼을 비롯해 통신, 보안, 디자인, UX·UI, 근거리무선통신, 바코드, QR코드 등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ICT가 들어간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핀테크는 이미 대세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자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50% 이상을 독점하고 있고, 애플 역시 애플페이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격적 미국 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열었다. 구글은 구글월렛으로, 이베이는 페이팔로 세계 곳곳에 침투해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각종 금융규제 때문에 최근 들어서야 겨우 핀테크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그나마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가 기지개를 켜고 있고, 삼성전자는 롯데·삼성·신한·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신용카드 6개사와 함께 앱카드 활성화를 위해 협력을 약속한 게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만 제대로 한다면 2015년 ICT 코리아의 가장 굵은 트렌트는 핀테크가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물인터넷’ 버스·의료·안전 연결…생활속으로 드루와∼
지난해만 해도 생소했던 사물인터넷(IoT) 개념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널리 사용하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서비스부터 의료, 보안, 안전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각종 웨어러블 기기와 향후 전 세계 모든 도로를 장악할 것이라는 자동운전 자동차까지 모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다.
글로벌 IT시장 조사기업 가트너(Gartner)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터넷 연결 사물 수는 26억개에서 2020년에는 10배가 늘어난 260억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물인터넷은 내년뿐만 아니라 향후 10년을 이끌 ICT 트렌드라는 의미다.
2015년 사물인터넷의 발전 방향은 그야말로 혁명적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이러한 변혁을 이끄는 기술은 오픈소스, 클라우드, 기가인터넷이다. CIO 등 IT 전문매체와 기관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오픈소스가 프로그래밍의 대세가 될 전망인데, 이것이 적용되면 사물인터넷 서비스 개발에 대한 장벽은 무너진다. 클라우드는 파편화된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운영될 수 있게 해 개발과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아울러 기가인터넷은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개수가 수백억개로 늘어나도 안정적 서비스를 보장해줘 사물인터넷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O2O’ 오프라인 매장 가니 할인쿠폰이 띠리링
020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엮는다는 개념으로, 모든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한 데 엮는 이른바 ‘옴내채널’을 잉태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모바일을 하나로 연결해 소비자가 마치 한 장소에서 쇼핑하는 듯한 편리함을 주는 ‘옴니채널’이 거미줄처럼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020 개념을 가장 앞서 사용한 곳은 패션업계다. 온라인으로 몰리는 소비자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이끌기 위해 활용한 이들은, 이제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 태블릿PC를 구비해 온라인으로 재고를 확인하거나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홈쇼핑 업계까지 020 플랫폼 도입에 나섰다. CJ오쇼핑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고객 타깃팅을 진행하는 ATS(자동 타깃팅 시스템)를 자체 개발했다. GS샵은 생방송 중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로 시청자와 상담을 진행키도 한다.
최근 벤처 업계는 020에 위치기반 서비스까지 도입해 각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특정 매장을 지나가면 모바일로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든지, 신제품을 소개하는 광고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조립식 스마트폰’ 내맘대로 끼웠다뺐다…세상에서 단 하나
최근 구글이 진행하고 있는 ‘아라’ 프로젝트와 핀란드의 서큘러 디바이스의 ‘퍼즐폰’이 대표적이다.
서큘러 디바이스는 2015년 출시를 목표로 퍼즐폰이라 불리는 조립식 스마트폰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있다.
퍼즐폰은 총 3가지 파트로 분리할 수 있다. 각 부분의 명칭은 스파인(The Spine), 하트(The Heart), 브레인(The Brain)이다. 일반 스마트폰의 경우 특정 부분이 고장나도 본체를 교체해야 하지만, 퍼즐폰은 관련 부품만 사서 슬라이드 형태로 갈아끼우면 된다.
구글도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개발에 나섰다. 구글은 이를 두고 소비자 중심 스마트폰이라고 정의했다. 구글이 디스플레이, AP, 통신모듈, 배터리 등 기본 기능을 내장한 스마트폰 프레임을 공급하면 나머지 부품 등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내맘대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의 정책과 함께 고령자 사이에도 스마트폰이 확대 보급됨에 따라, 중저가폰 광풍도 불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존 스마트 시장의 생존경쟁 이슈로는 보조금 중심 시장이 쿨다운되면서 국내 시장의 한 축으로 중저가폰이 급부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웨어러블·원격진료 매일매일 건강관리
2015년이 되면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특히 의료와 모바일은 융합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의약상품 전자상거래 앱, 의료 관계자 전용 앱, 종합의료건강 정보 서비스 앱, 병원 찾기 및 예약 앱, 안과·치과 등 세부 진료과목별로 진단할 수 있는 앱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통신 3사와 빅5라 불리는 대형 병원들이 플랫폼 개발에 공동으로 나서는 추세다. 관련 규제만 풀린다면, IPTV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로까지 외연이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내년부터는 헬스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본격 출시되면서 이른바 ‘개인의 건강관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세계 무대에서 모바일 헬스케어의 격전지로는 중국이 꼽힌다. 칭커연구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자국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이뤄진 투자는 총 58건이며, 관련 기업은 33개, 공개된 투자 규모는 1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3대 IT 공룡 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騰訊·텅쉰)를 일컫는 일명 BAT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 중국 거두 기업들이 투자 대열에 적극 뛰어들면서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