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정치경제부 기자
특히 최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박 대통령의 입에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번 의혹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결정적 사건이다. 그런데 검찰의 발표는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검찰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는 파악하지도 않고 문건이 풍문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십상시’ 모임은 실체가 없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청와대가 문건 내용을 ‘찌라시’로 일축하고, 사건 자체를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하면서 검찰의 발표 내용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청와대는 홍보수석을 통해 “몇 사람이 사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일부 직원들의 ‘일탈’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이대로 묻고 가기엔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청와대에서 유출됐고 연말에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검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군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에서 책임을 지고 인적 쇄신을 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고, 이군현 당 사무총장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책임론에 대해 “인사권자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올해는 경제살리기의 골든타임이고,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이런 부분들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선 먼저 이번 사건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청와대 내부문건을 민간인인 박지만씨에게 보고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문건을 작성, 빼돌리고 활용한 박관천 전 행정관도 마찬가지다. 모두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것만으로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감이다.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 정도로는 안 된다. 이번 회견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시원하게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쳐내는 일이다. 본인들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자리를 지키는 한 청와대의 권위는 바로설 수 없다. 앞으로 개각을 하든 청와대 개편을 하든 국민이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이 청와대에서 나가야 다시는 ‘비선실세’ 같은 말도 나오지 않는다.
동고동락해 온 측근들을 내치는 일은 아프겠지만, 필요하다면 내 살도 도려낼 수 있어야 하는 게 대통령이란 자리다. 박 대통령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