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연휴를 앞두고 유통가가 모처럼 활기를 띄면서 수년째 계속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설선물 예약판매 매출이 예년에 비해 최고 50% 가량 증가하고, 백화점 역시 단가가 높은 선물세트 위주로 판매가 늘어나면서 모처럼 설 대목 경기가 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소비가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설경기 호조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설 명절이 포함돼 있는 1분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율은 2012년 1분기부터 마이너스이거나 간신히 플러스권을 유지했다. 2012년 1분기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감율은 각각 -0.2%, 0.1%로 부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이후 2013년 1분기 대형마트가 -8.4%, 백화점이 0%를 기록, 불황이 여파가 그대로 유통가에 전달됐다. 작년에도 대형마트는 -3.8%를 기록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트 마케팅팀 이종훈 팀장은 "새해 첫 대형 행사인 설 세트의 성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사전예약 실적이 신장세를 보여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실적(1월 26일~2월 8일)은 전년 대비 18.2% 늘어났다. 현대백화점도 전체 신장률이 13.1%로 큰 폭으로 늘어났고 객단가 역시 지난해 약 9만원에서 올해 9만4500원으로 약 5%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닫힌 지갑을 조금씩 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도 9.3% 증가했다. 특히 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이 13% 늘었고, 20만원대 초반 한우 세트가 100% 가량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남기대 식품부문장은 “올해는 10만원대 중가 와인을 중심으로 전통주 등 주류 상품군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해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건강 상품군도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남은 본판매 기간 동안에도 좋은 신장세를 보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품권 판매도 늘었다. 기업들이 설 선물로 구매하는 상품권의 경우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대비 상품권 패키지 매출이 1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8.3% 늘었다. 작년 실적이 좋지 않아 경비성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설을 맞아 지갑을 여는 모습이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이번 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해에 비해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9일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재래시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상인들은 예년 보다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설에는 더 북적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한 건어물 가게 주인은 “아직 명절이 며칠 남아있어 차례음식을 사려고 시장에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요 며칠간 시장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진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전히 경기가 불안정하고 물가 상승률이 정체되는 등 디플레이션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 선물 수요가 초반에 강세인 가운데 실질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으로 보는 것은 아직 무리”라며 “그래도 예년보다 활기를 띄고 있어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