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안전한 상황이 아닌데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해에는 경주 체육관 붕괴사건, 세월호 참사 등 안전 불감증에 인한 여러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도 했죠. 이후 사람들은 안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올 들어 필리핀에서 무장 범죄 탓에 한국인 4명이 희생되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달 25일 한국 외교부는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전역에서 최근 피랍 및 강도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위험요인이 급증했다며 특별여행경보(즉시 대피)를 발령했습니다. 이전에는 필리핀의 수빅시, 보라카이ㆍ보홀섬, 세부 막탄섬에는 남색경보(여행 유의)를 내렸고 남색, 잠보앙가, 바실란, 술루, 타위-타위군도, 팔라완섬 푸에르토 프린세사시 이남 지역에는 적색경보(철수권고)를 발령했습니다. 그리고 남색, 적색경보 지정 지역을 제외한 곳에는 황색경보(여행자제)를 내렸습니다. 이는 필리핀의 치안 상태가 위태로우니 가능한 방문을 자제라는 겁니다.
하지만, 필리핀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 외교부의 경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3년에는 116만5000여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방문했고 지난해에는 123만명이 간 것으로 전망돼 필리핀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25.9%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필리핀의 한국 유학생 수 역시 2011년의 3238명에서 7073명으로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어학연수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필리핀. 저도 가고 싶은 나라이긴 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방문을 자제하라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