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하청지회)의 전직 간부들이 잇따라 정규직화 투쟁을 포기하고 정규직 채용에 응시하는 등 하청지회에서 조합원의 이탈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4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게시판에는 '신규채용에 응시하면서 입사지원 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재됐다.
대자보는 하청지회 노덕우 전 수석부지회장과 해고자 등 10여명이 함께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 등은 대자보에서 “(정규직 인정을 받은) 1심 판결처럼 2심과 최종심에서도 승소한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가장으로서 우리만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에도 사내 게시판에 현 울산비정규직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며 정규직화 투쟁을 접고 현장으로 복직한다는 전직 비정규직 노조 간부 등 해고자들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잇따라 투쟁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으면서 울산비정규직 노조의 투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하청지회는 회사와 정규직 노조, 아산·전주공장 하청지회가 지난해 8월18일 합의한 '사내하청 근로자 4000명 특별고용안' 승인을 둘러싼 '노-노' 갈등의 중심에 있다.
8·18 합의안 마련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낸 하청노조원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자 울산하청지회는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 울산하청지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합의안 폐기에 동조했다.
하지만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아산·전주하청지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금속노조는 지난해 말 중앙집행위회의에서 합의안을 다시 인정했다. 이처럼 금속노조의 입장이 번복되자 울산하청지회는 지난달 20일부터 금속노조위원장 사무실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울산비정규직노조는 지난 24일 첫 대자보가 붙은 이후 “회사가 노조의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