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하균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시작된 신하균의 출연작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면, 그 넓은 스펙트럼에 가히 감탄이 나온다.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연기 철학은 데뷔 18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3월 5일 개봉을 앞둔 신하균의 신작 ‘순수의 시대’(제작 화인웍스 키메이커, 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그의 행보에 정점을 찍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신인의 자세로 돌아와 있었다. 파격적인 정사신도, 여심을 사로잡는 근육질 노출신도, 호쾌한 검술과 승마도, 모두 첫 경험이다. 무엇보다 데뷔 후 첫 사극에 도전한다. 깔끔한 외모엔 칼자국이 새겨졌고, 수염이 얼굴을 덮었다. 그야말로 ‘젠틀맨(gentleman)’에서 ‘마초맨(machoman)’이 됐다.
“저에겐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승마, 검술, 극단적인 몸만들기, 한복 등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노출도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순수의 시대’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짧은 시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수염, 상투, 의상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배우로서 재밌는 부분이었다.”
극 중 신하균이 맡은 배역은 조선 최고의 무사 김민재 장군이다. 조선 건국 7년, 왕자의 난이 발발하기 직전 조선군 최고의 수장으로 군림한다. 이 가상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신하균은 그 자체로 ‘인간병기’가 되어야 했다.
“몸은 2개월 만에 만들었다. 검술과 승마를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데 생각보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었다. 하지만 5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계속 음식을 절제해야 했다. 양념된 것은 일체 못 먹었다. 채소를 많이 먹었다. 액션은 신나서 했다. 칼을 휘두르기보다 주먹으로 때리듯 사용했다. 칼이 아닌 몽둥이를 든 것처럼 액션의 합을 맞췄다.”
‘순수의 시대’는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 만큼 실감 나는 정사신이 압권이다. 김민재 장군과 기녀 가희의 사랑은 영화의 골격을 이룬다. 신하균은 신예 강한나와 농도 짙은 베드신을 펼쳤다. 인터뷰 중 “친절하게 대해줘 감사했다”는 강한나의 말을 전해 들은 신하균은 “그래요? 친절하게 얘기하는 편이 아니라서...”라며 수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베드신은 힘들고 어려운 촬영이지만 작품에서 꼭 필요로 했다. (‘순수의 시대’는 베드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인다기보다 하나의 대화 방법으로 사용했다.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게 찍었다. 강한나라는 배우가 정말 열심히 해줬다.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좋았다. 언제나 질문하고 노트를 들고 다니며 기록을 하더라.”
-‘순수의 시대’ 신하균 “남자들은 순애보를 꿈꾼다” [스타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