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자사 임원을 5% 이상 대량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에 사외이사로 파견하고도 대량 지분 보유 신고서에 보유 목적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제개혁연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지난달 26일 이대익 KCC 인재개발원장(부사장)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부사장은 2012년 3월부터 제일모직 사외이사로 있다.
KCC는 그러나 제일모직 상장 직후인 지난해 12월 24일 금감원에 제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상황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지분 10.19%의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가 아닌 ‘단순 주식 취득’으로 보고했다.
문제는 이 때문에 KCC가 이른바 5%룰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KCC는 작년 말 제일모직 상장 당시 이미 사외이사를 한 명 파견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량보유신고서에 ‘경영참가’ 목적으로 공시했어야 한다.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등의 합계가 5% 이상이면 5일 안에 보유 상황·목적·주식 등에 관한 주요계약내용을 금감원과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5% 룰’이다. 1% 이상의 지분과 보유목적이 변동될 때도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보유 목적’ 상 경영참가 여부는 회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임원의 선·해임 또는 정관변경 등으로 가린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제일모직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KCC가 상장 전부터 자사 임원을 제일모직의 사외이사로 파견한 만큼, 실제 의도가 없더라도 지분 보유 목적에는 ‘경영참가’로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CC가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게 된 건 2011년 12월 12일부터다. 당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에 따른 처분 의무를 이행해야 했던 삼성카드로부터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넘겨받은 것이다.
대신 제일모직은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C 임원인 이대익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즉 KCC는 제일모직 지분을 취득하고서 이 부사장을 제일모직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참여시킨 것이다. 이 부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우고 올해 다시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제일모직과 전략적 제휴 관계인 KCC는 임원을 사외이사로 파견한 만큼 5% 보유 신고서에 보유목적을 ‘경영참가’로 밝혀야 한다”며 “KCC가 5%룰 등을 위반한 것을 금융감독당국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에선 주식 등의 대량보유·변동·변경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주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량 보유 신고 규정을 위반해 주식 등을 취득한 주주는 5% 초과 보유 지분 중 위반한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금융위원회는 6개월 기간을 정해 위반 지분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금융위는 또 해당 주주의 대량보유보고와 관련한 자료 등의 제출 또는 중요사항 기재·표시누락에 대한 정정과 금감원장에게 해당 장부·서류 등의 조사를 명하는 제재조치권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KCC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에 있으며 정리가 되면 견해를 낼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 측은 “위반 여부와 위반 동기, 양형 등 이번 일과 관련해 KCC와 제일모직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며 “산술 문제를 풀듯이 지금 당장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