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ㆍ희화한 전단지 살포에 대해 경찰이 ‘처벌 법규와 대응 요령’ 문서를 만들어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고 헤럴드경제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는 정부가 그간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혀온 것과는 대조적이라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 내부 문건에는 VIP(대통령을 지칭)나 정부를 비난ㆍ 희화하는 전단지 살포 행위자 발견시 경찰의 대응요령과 처벌 법규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문건에는 전단지 살포 유형을 ▷빌딩 옥상에 올라가 살포하는 경우 ▷노상에서 무단으로 살포하거나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경우 ▷건물, 노상 등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낙서하는 경우(그래피티)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건물 옥상 등에 올라가 무단 살포한 경우와 건물 등에 비방성 낙서를 한 경우에는 각각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문건은 안내했다.
또 “전단지 살포 행위 자체가 경범죄처벌법 ‘광고물 등 무단배포’ 행위에 해당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처벌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상에서 전단을 살포ㆍ배포하는 경우를 두고는 “전단지 내용 검토를 해야 ‘명예훼손 또는 모욕 혐의’ 적용 가능 여부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일단 검문검색을 위한 임의동행 요구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의동행 불응하고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을 때는 경범죄처벌법(광고물 등 무단배포ㆍ벌금5만원)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 가능하다”면서 “전단지나 낙서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도 현행범 체포 가능”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모욕 혐의 부분에서는 일선 경찰들조차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한 죄)라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이 문서에 대해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지난달 말 서울에서 한 시민단체가 전단지를 살포한 이후 하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단 살포에 대해) 마땅히 적용할 법조항이 없어서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하라고 매뉴얼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급기관인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그런 문서를 만든 적도, 하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북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정부 비판 전단 살포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