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경제제개에 따른 루블화 가치하락ㆍ러시아 경기악화 탓
글로벌 기업들이 루블화 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러시아에서 잇따라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생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동차 생산 공장 가동을 올해 중반부터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2008년 GM은 해당 공장에서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와 소형차 오펠 아스트라, 고급승용차 캐딜락의 일부 모델을 생산했다.
앞서 이달 초 펩시코와 코카콜라 헬레닉 보틀링은 러시아 공장 한 곳씩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덴마크 주류업체인 칼스버그가 1월에 러시아 2개의 공장 문을 닫는다고 밝혔고, 프랑스 식품전문업체인 다논의 러시아 법인도 경제가 더 악화되면 일부 유제품 생산 공장의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댄 암만 GM 사장은 “러시아 비즈니스 모델 변경은 장기적 성공을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부이며 불명확한 장기 전망이 존재하는 시장에 대해 투자를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GM을 비롯한 러시아에 진출한 여러 글로벌 기업의 공장 폐쇄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로 루블화 가치 하락하고 경기가 악화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연말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초 대비 미국 달러에 대해 59% 이상 떨어져 달러ㆍ루블 환율은 32.71루블에서 65.51루블까지 달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올 1~2월에는 감소폭이 더 커져 전년 동기 대비 3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EB는 러시아와 사업을 하는 유럽 기업인들의 모임이다.
한편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판매량 급감에도 생산량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피하고자 러시아 당국이 할당한 생산량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기업들이 최대 1개월가량 생산을 중단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무기한 생산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GM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