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은 2000년 들어 가계소득이 부진해진 주요 5가지 이유로 경제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는 1인당 피용자보수 증가율, 자영업자의 영업 부진, 가계빚으로 인한 순이자소득 감소, 세부담 증가,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국민부담 확대 등을 꼽았다.
16일 한은이 발표한 ‘가계소득분배율 하락 요인 점검’ 자료에 따르면 국민가처분소득(NDI) 중에서 가계소득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65.7%로 2000년 이후 6.3%포인트 하락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1인당 피용자보수 증가율이 1990년대 연평균 9.5%에서 2000~2014년에는 4.3%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피용자보수란 피고용자가 고용주로부터 받은 현금 및 현물급여, 고용주의 사회보장기금 부담금, 직접세 등을 지칭한다.
특히 2000년 이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1인당 피용자보수 증가율은 2.1%로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평균인 4.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다만 피용자보수의 NDI 대비 비중은 2000년 50.0%에서 2014년 55.2%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영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편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가계소득 감소한 두번째 주요인은 자영업자들 영업이익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대형화·전문화 추세 속에서 도소매, 음식숙박 등 전통서비스업에서의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증가율은 1990년대 8.2%에서 2000~2014년 2.6%로 축소됐다. 더군다나 퇴출당한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저부가가치 업종의 임금근로자로 편입됐다고 한은은 추정했다.
가계의 자산 불리기도 신통치 않았다. 가계의 재산소득 증가율은 2000년대 2.4%로 집계, 1990년대의 18.2%의 8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재산소득이 N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5%에서 2014년 3.9%로 감소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높아진 이자부담으로 가계가 재산소득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제외한 순이자소득이 N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3.9%에서 2015년 0.1%로 크게 축소됐다.
가계로 들어오는 돈이 빠르게 줄었다면 가계의 지출은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우선 가계 직접세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0~2013년 7.8%, 2014년 9.9%를 기록, 각각의 기간 가계소득 증가율 5.6%, 3.7%를 상회했다. 이로써 직접세의 NDI 대비 비중은 2000년 4.4%에서 2014년 5.6%로 늘었다.
순경상이전 비중도 2000년 1.6%에서 2014년 1.8%로 증가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보험료율 상승 등으로 사회보장 관련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해결책으로 가계 재산소득이 노동소득의 흐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 및 도소매업에 시설투자, IT 기술 지원 등을 함으로써 점진적으로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복지수준 격차 완화, 비정규직 근로자의 능력배양 노력 촉진 등도 방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