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에 실패해 활주로를 이탈하기 약 15분 전에 일본 전일본공수(ANA) 여객기도 아시아나항공기와 똑같은 동쪽 방향에서 같은 방식으로 착륙한 사실이 16일 일본 국토교통성에 의해 밝혀졌다.
이날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ANA의 여객기는 14일 오후 7시51분에 착륙했다. 그때까지 약 3시간 반 사이에 ANA 여객기를 포함해 8대의 여객기가 같은 동쪽 방향에서 착륙했다. 그 중 7대는 ‘RNAV 방식’이라는 전지구측위시스템(GPS)의 데이터를 사용해 진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서쪽에서 진입하는 경우는, 보다 정밀하게 여객기를 유도하는 정밀계기착륙장치(ILS)를 이용할 수 있지만 풍향 등을 감안해 동쪽에서 착륙했다.
간사이항공지방기상대에 따르면 활주로 부근의 시야는 14일 오후 8시3분경까지 1800m 이상이었다. 이후 안개로 시야가 급격히 악화해, 발생 시각 5분경에는 300~400m가 됐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는 사고 직전까지 무선에 의한 교신에 이상은 없던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교통안전위원회는 한국인 기장과 부조종사 외에도 승무원과 관제 업무를 담당하던 5명으로부터 상황을 청취, 착륙 직전에 하강 기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앞서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사고기가 비정상적으로 저공비행한 것에 주목하고, 사고기가 보통의 다른 항공기와 달리 착륙 때 활주로 동쪽으로 진입함에 따라 공항의 ILS가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토교통성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공항은 안개나 구름이 잘 끼는 것으로 유명해 ‘카테고리 3(CAT3)’으로 불리는 높은 정밀도의 ILS를 갖추고 있는데, 히로시마공항의 ILS는 통상 활주로 동쪽 안테나에서 서쪽을 향해 전파를 낸다.
교통안전위원회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하기 직전에 시야가 급격히 악화, 조종사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거나 인위적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회수한 플라이트 레코더(비행기록장치) 등을 분석해 당시 상황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