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2003년, 2004년, 2008년, 2009년 추경 편성 때 기준금리 인하가 동반됐다.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2013년에도 4월에 추경을 편성하고 뒤이어 5월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근 고조된 추경 편성론은 지난 9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먼저 불을 댕겼다. 이 총재는 “추경의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폈긴 했으나 오히려 성장률을 깎아 먹는 효과를 냈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간신히 끌어올렸던 성장률이 세수부족 등으로 재정집행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자 지난해 4분기(전분기대비 0.3%, 전년동기대비 2.7%)에 꼬꾸라졌고, 경기 흐름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재정절벽’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추경을 통해 경기부진→세수부족→경기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추경 편성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올 상반기 끝까지 경기 흐름을 지켜본 뒤 거기에 맞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추경 편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최근 자산 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재정상황도 과거와 같지 않은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추경 가능성을 아예 닫진 않았다.
이 총재가 추경을 화두를 제시한 상황에서 추경이 시행되면 통화정책을 통한 지원 사격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총재가 사상 첫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긴 했지만 글로벌 저금리·저물가 기조 속에서 추가 인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상승 동력이 약해진 경기 흐름에 제대로 된 마중물을 부으려면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한편에서는 추경 등을 통한 추가 부양책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재정확장은 급격한 단기 충격으로 정상보다 크게 성장세가 떨어졌을 때 수요위축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큰데, 지금은 구조적으로 장기적인 침체 국면”이라며 “추경은 장기적으로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되고 국가부채를 누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