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일 관계 개선 압박 전망…“의회 연설에서 한미일 동맹의 한국 지위 격하 함정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능수능란한 외교전술에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 여론ㆍ외교정책 연구원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아베는 한일 관계를 경색시킨 이슈에 대해 계속해서 최소한의 행동만 취하고 있지만 그의 외교전술로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의 압박이 커지리라 전망했다.
전날 아베는 예상했던 대로 미국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이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점과 일본 경제를 개방하고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또 2차 세계대전 중 숨진 미국 젊은이들에게 ‘영원한 애도’를 표명했다.
위안부 이슈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의 뒤를 따라다녔으나 그는 일본의 행위가 아시아 각국에 고통을 줬다는 것만 인정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아베는 더 이상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아베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날 연설에서 일본 외무성이 이른바 ‘다케시마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각국은 국제법을 토대로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문장을 반복한 것이다.
프리도프는 “연설 말미에 아베가 한국을 제대로 비꼬는 함정도 파놓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유일한 대목에서 “한국은 미일 동맹이라는 중심축의 추가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은 ‘하급 지위’라고 본다는 아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프리도프는 설명했다.
이에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도 계속될 것이나 한일 관계를 개선할 부담은 온전히 박 대통령이 지게 됐다고 프리도프는 강조했다. 아베가 이번 방문에서 미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강조하고 태평양 전쟁을 깊이 반성하면서 미국 의회와 미국인들의 아베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미국 안보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점을 표시한 것도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계에서 아베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반면 박 대통령은 현재와 미래 국익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슈로 한일 관계를 바라본다는 인식이 커질 것으로 프리도프는 내다봤다.
이에 박 대통령은 6월 방미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정점은 역시 한일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전혀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아베와 마주앉게 될 것”이라며 “또 정상회담을 반대하면 아베와 그의 역사관이 아니라 한국의 완강한 태도가 문제라는 인식에 부딪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