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명 성균관대 출신… 경제정책 3인방은 연세대 선후배 인연
이제 금융권은 Y·S세력이 접수했다.
최근 금융권 주요 요직을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들이 대거 차지하면서 회자되는 말이다. ‘YS’는 연대세(Y)와 성균관대(S)의 영문 첫 글자를 이어 붙인 단어다. 지난 4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KB, 신한, 하나, 농협 등 4대 금융그룹 수장 중 3명이 성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반면 금융정책 기관 수장은 연세대 출신 인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 금융권 주요 보직이 모두 연세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연세대 상대 출신이 재정·통화·금융정책 부문 사령탑을 싹쓸이했다.
◇서금회는 가라… 성금회 뜬다 = 그동안 서강대 출신의 서금회(서강금융인회)가 대표적인 경제·금융 라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권력집단에 학벌 키워드가 뚜렷해지면서 연세대와 성대 인맥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연금회(연세대 금융인회)·성금회(성균관대 금융인회)의 재역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선 4대 금융그룹 수장 중 3명이 성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75 경영)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73 행정),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73 경제)이 동문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만이 서울대를 나왔다. 이외에도 성대 출신으로는 이순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73 법학)과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76 경제)이 있었으며,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70 경영) 역시 성대 출신이다.
또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강원 전 우리카드 사장도 성금회 멤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회는 성대 출신 금융권 CEO들의 비정기적인 모임이다. 일각에서는 성대 출신이 금융권 수장 자리를 차지한 것은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선후배간 ‘끈끈한 정’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2013년 모교를 빛내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경영대 동문에게 주어지는 ‘자랑스러운 경영대학 동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대 출신 인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에 꼽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성골’로 불릴 만큼 성대 출신들이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모두 성대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안 뜸했던 성대 돌풍이 다시 불고 있다”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에 꼽을 수준이었던 성대 인맥이 최근 금융계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옛말… 금융정책, 연대가 쥐락펴락 = 이명박 정권 때 고려대에 밀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연세대 출신들이 최근 금융권 입지를 굳히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정책 라인은 연세대 파워가 거세다.
연초 임종룡 금융위원장(78 경제)이 내정되면서 연세대 상대 출신이 한국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75 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70 경영) 모두 연세대 상경계열 출신이다. 연대 상대는 경제정책 라인에서 최고의 번성기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이주열 한은총재-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연세대 3인방이 정책공조를 이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 모두 연세대 출신 금융계 인사들의 모임인 연금회 멤버다. 연세대 출신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IBK기업은행장(74 영문)과 김한조 외환은행장(75 불문) 등도 연금회 인맥에 속한다.
지난 2008년 연세대 출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70여명이 모여 출범한 연금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출범했던 ‘연경 금융리더스포럼’이 모태로 알려졌다. 박종원 코리안리재보험 고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제갈걸 전 HMC투자증권 고문,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등이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연금회는 순수하게 금융사 CEO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금융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학벌 권력집단화 우려 시각도 = 현재 성대와 연세대 출신의 양강 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 출신들이 능력을 앞세워 입지를 다지는 것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특정 대학 출신들이 세를 키우면서 학벌을 매개로 권력집단을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권 인사 검증시스템이 철저히 능력 위주로 작동되지 않다 보니, 지역이나 학벌 등을 중심으로 이익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 업무는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 게 많아 누가 업무를 맡더라도 큰 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비슷한 근무 환경에서 윗사람 눈에 들기 위해서 인맥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을 놓고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능력 위주의 해석이 앞서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강하면서도 튀지 않는 학풍을 이어가고 있어 비교적 조용히 자기 할 일에 충실한 문화가 박근혜 정부 스타일과 비슷해 코드가 맞는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 대학 출신 금융권 리더들은 대체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스타일이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 CEO들은 선후배 간에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고 개인을 존중하는 학풍 때문인지 내부 직원들과 소통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