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자동차 3사와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핀란드 통신기기 대기업 노키아의 디지털맵 및 위치정보 서비스 ‘HERE(히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밝은 여러 관계자를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BMW, 아우디, 다임러의 메르세데스 벤츠 부문 등 3사는 럭셔리차 시장에서는 우위를 다투고 있지만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동운전 기능을 갖춘 자동차 및 자동차 디지털 기능 운용에 필요한 중요 기술 장악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 기업 연합이 노키아 히어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며, 이들은 히어에 대해 20억 유로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중 하나는 WSJ에 “현재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위협은 구글이 자동운전차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자동차 OS에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양측의 협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 있어 2주 이내에 협상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제시액과 출자 비율 등 자세한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3사는 과반수 주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투자자와 바이두 컨소시엄은 소수 지분을 취득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키아는 히어의 소수 지분을 계속 보유할 전망이다.
노키아는 히어의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들어간 만큼 독일 자동차 3사와의 협상은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앞서 노키아는 지난달 중순 프랑스 미국계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노키아가 제안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서 히어의 위치를 평가하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며 히어 매각 검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히어는 주로 야후와 중국의 검색엔진인 바이두, 미국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닷컴 등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불하는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엔진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 탑재된 라이벌 ‘구글맵’에 비해 존재감은 약하다.
작년 가을부터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애플의 아이폰에 무료 제공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다운로드 수는 총 600만 회로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세계 판매 대수에 비하면 극히 초라하다.
다만 히어는 자동차 업계에선 존재감이 강하다. 북미와 유럽에서 지난해 판매된 신차 중 약 1300만대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으로 탑재됐다. 이는 네비게이션 장착 차량의 약 80%의 점유율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키아의 핵심 사업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