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 홍대입구, 이대역, 한양대, 서울대입구...
수험생들 사이에서 흔히들 "2호선 사수"라는 말이 오가는데요.
2호선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뜻이죠.
여기엔 유독 대학명으로 시작되는 역이름이 많다는 사연이 내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지하철 역명(驛名)으로 지역간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는데요.
그 속사정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혹시 아시나요?
1호선 외대앞역의 원래 이름은 휘경역.
2호선 건대입구역은 화양역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관악역
3호선 동대입구역은 장충역이었다는 사실.
건대입구와 외대역앞 등은 해당 지역명보다 학교명이 더 널리 사용돼
대학명을 역명으로 채택한 것이죠.
물론 대학의 요구에 따라 변경된 경우도 있고요.
이렇게 해서 대학명으로 바뀐 역만 서울에 총 22곳이라네요 (오호~)
그런데 요즘 역 이름때문에 마찰음이 부쩍 늘고있는데요.
지하철 노선이 확장되면서 이른바 '역명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등이 개통 예정인 가운데
새 역사 이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죠.
먼저 지난 3월에 개통된 9호선 '봉은사역'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와 봉은사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이'봉은사역'은 역 이름때문에 종교갈등 중심에 놓였는데요.
특정 종교시설 이름을 역명으로 정한 것이 종교 편향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죠.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봉은사역' 대신 '코엑스역'으로 바꾸자는 주장입니다.
9호선 언주역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이제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차병원 사거리' 불리던 곳에
뜬금없이 옛 지명인 '언주'가 채택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의견입니다.
내년 2월 개통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수원시가 '경기대역'→'광교역'으로 바꾸면서 대학측의 반발이 생긴 것이죠.
경기대 측은 2007년 학교 옆에 차량기지 건설을 수용하는 대신
역명을 '경기대역'으로 정하기로 국토교통부와 합의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수도권만 문제냐고요?
그럴리가요.
대구광역시도 지하철 노선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요.
착공도 하지 않았는데
신설 역사의 이름을 놓고 벌써부터 지역 대학 2곳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왜 대학이나 지역사회가 역 이름에 집착을 할까요?
바로 역 이름이 가져다주는 '마케팅 효과' 때문입니다.
역 이름에 따라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고요.
대학은 신입생 유치나 대외적인 홍보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게 되지요.
그래서 역 이름을 돈을 주고 사는 일도 있습니다
돈을 낸 학교나 병원 등의 이름을 괄호안에 함께 표기하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철도공사와 인천과 대구 지하철이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죠.
서울 지하철도 이르면 내년부터 같은 사업을 시작한다는데요.
각 역마다 이름이 2~3개가 생긴다면 과연 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