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강화 의지 보여주고 오너家 지분 매각설도 잠재워
삼성SDS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면서도 전 사장의 의도를 “지난달 발표한 Vision 2020을 실현하기 위한 솔선수범”이라고 명확히 했다.
한 관계자는 “공적인 이유를 위한 개인적인 선택”이라며 “단지 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재산을 처분 데 시간이 걸렸을 뿐,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전 사장은 지난달 15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ITO(IT 아웃소싱)사업과 물류 BPO(비지니스프로세스 아웃소싱)사업, 솔루션 기반 사업의 매출을 각각 7조, 8조, 6조 달성을 이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 사장은 비전 실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삼성SDS는 3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실시간 물류 추적 서비스 ‘첼로(Cello)’를 출시했고, 기능을 업그레이트한 첼로 스퀘어를 7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기존 IT 질서를 바꾸는 스맥(SMAC) 기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스맥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모바일(mobile), 데이터분석(analytics), 클라우드(cloud) 등 4가지 분야를 합친 말이다. 전 사장은 “IT 서비스 분야는 전통적인 IT 아웃소싱(ITO)과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스맥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며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을 잘한 분야가 삼성그룹의 세계 1위 사업이 되었 듯이 삼성SDS 역시 IT 패러다임을 바꿀 스맥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을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밝혀왔으나 삼성SDS 상장과 함께 상당히 희석됐다. 삼성SDS 주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지면서 삼성그룹 구조개편 소식이 나오기만 하면 출렁였다.
실제 시장도 전 사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당분간 오너가 주식을 팔 계획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4일 상장된 삼성SDS 주식은 오는 14일이 되면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보호예수)이 해제된다. 이에 따라 머지 않아 오너 일가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보유 지분 증여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는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전 사장 역시 비전2020 발표 당시 “삼성SDS 주가가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주가가 절대적으로 기업 실적과 연동돼서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있고, 2020년 매출이 20조원이 되면 그에 걸맞은 주가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사장의 자사주 매입으로 이날 삼성SDS 주가는 전날보다 3.06%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