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연예인·스포츠 스타 봇물] 같은 꿈을 꾸는 그들

입력 2015-05-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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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스포츠 선수 사회적 위상 높아지자 대물림 적극적자녀도 부모로부터 노하우 얻고 후광효과 유리하게 작용

▲지난 3월 3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차두리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차두리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안아주고 있다.

아버지에 안긴 아들은 진한 눈물을 쏟아냈다. “아버지(차범근)는 위대한 선수였고 나는 아버지를 보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사랑해주신 국민과 축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3월 31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가진 차두리 선수다.

아들은 늘 아버지의 헌신이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한다. “아버지(김용건)는 친구이자 같은 길을 가는 선배이며 최고의 스승이다. 오늘의 나는 아버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스크린 스타로 그리고 영화감독, TV연기자로 대중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은 하정우다.

최근 들어 하정우나 차두리 같은 2세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늘고 있다. 최고 한류 스타인 김수현은 그룹 세븐돌핀스 출신 가수 김충훈의 아들이고, 중국에서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 한류스타 장나라는 연극배우 주호성의 딸이다. 영화와 뮤지컬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승우는 1980년대 최고 인기가수 조경수의 아들이다. 견미리와 두딸 이유비·이다인, 김용건과 두 아들 하정우·차현우, 백윤식과 두 아들 백도빈·백서빈 역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대현의 딸은 연기자 이하나이고 부활의 리더 김태원의 딸은 가수 크리스 레오네다. 송일국·김주혁·허준호·박준규·남성진은 부모의 뒤를 이은 2세 연예인 대표 주자다.

최근 들어 3세 연예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3세 연예인 스타 최민수의 아버지 최무룡과 어머니 강효실은 1960~1970년대 은막과 브라운관 스타였고 최민수의 외조모부 강홍식과 전옥은 일제 강점기부터 1960대까지 활동한 은막의 스타다. 독고성-독고영재-전성우, 이예춘-이덕화-이지현, 김승호-김희라-김기주 등 3대가 이어서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티아라의 전보람의 경우, 조부모인 황해-백설희는 연기자와 가수로, 부모인 전영록-이미영 역시 가수와 연기자로 활동한 전형적인 3대 연예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차범근-차두리처럼 스포츠계에서도 부모의 뒤를 이어 스포츠 선수로 활약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불세출의 농구스타 허재의 아들 허웅은 원주 동부소속의 프로농구 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이정후와 송우현은 각각 프로야구 선수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 이종범과 송진우의 뒤를 이어 야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였던 윤학길의 딸 윤지수는 펜싱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스타 탁구선수로 명성을 날렸던 안재현-자오지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은 프로골프 선수로 뛰고 있다.

이밖에 한국 피겨선수로 활동했던 이인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수많은 한국 기록을 갖고 있는 아들 이규혁을 비롯해 스포츠 선수로 활동했던 부모의 뒤를 이어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자녀들이 많아졌다.

또한 연기자 조재현의 아들 조수현은 쇼트트랙 선수이고 축구선수였던 아버지 최윤겸의 아들 민호는 샤이니 멤버로 활약하고 있고, 야구선수 출신 김성갑의 딸 유이는 가수와 연기자로 맹활약하는 등 연예인 부모를 둔 스포츠 선수들도 많아졌고 스포츠 선수 부모를 둔 연예인도 늘고 있다.

▲김용건 하정우 부자, 김을동 송일국 모자, 김성갑 유이 부녀.

이처럼 2, 3세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위상의 변화이다. 부모 때에는 연예인과 스포츠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직업이자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직업으로 연예인 혹은 스포츠 선수를 꼽고 있다. 부모들이 자식들의 연예계와 스포츠계 진출을 막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식들의 성공적인 뒷바라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또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가 엄청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끼와 재질만 있다면 연예계-스포츠 선수로의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밖에 가정에서 부모들의 연기를 보거나 노래,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예계와 스포츠계의 분위기에 젖어들어 진로를 연기자나 가수, 스포츠 선수로 정하는 것도 2, 3세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증가에 한몫한다.

그렇다면 무조건 연예인-스포츠 선수 부모를 뒀다고 해서 자식들이 연예계와 스포츠계 진출에 성공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연예인-운동선수 가족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무수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2세들이 연예계와 스포츠계에 진출했으나 대중의 외면을 받아 부모의 자리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좌절하고 연예계-스포츠계를 떠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정우·차두리처럼 부모의 명성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는 2, 3세 연예인과 운동선수는 매우 드물다.

분명 일반인들보다 연예인 운동선수 2, 3세들의 연예계-스포츠계 진출은 유리하다. 연예계-스포츠계의 메커니즘에서부터 대중들의 심리를 읽어내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일반인 지망생에 비해 부모로부터 훨씬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를 얻고 연예계-스포츠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자나 가수, 스포츠 선수 부모의 후광에 따른 홍보효과도 무시하지 못하는 유리한 이점이다.

이처럼 연예인-운동선수 부모가 연예계-스포츠계 출발의 이점으로 작용하지만 적지 않게 스타와 유명선수로 가는 길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부모가 정상의 톱스타였다면 더욱 그렇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주어지는 신체적, 문화·스포츠적(연기와 노래, 운동) 자질에서부터 생활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특성과 재능, 명성의 상속에 대한 부담감은 일반 연예인들은 체감할 수 없는 것으로 2, 3세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버지는 위대한 산이다. 어렸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아버지 때문에 국가대표가 됐다는 말을 주위에서 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는 차두리 선수의 말이나 “액션 연기의 대가인 아버지와 연기자의 길을 걷는 저는 평생 대중의 비교 평가를 받는다. 그게 숙명이자 엄청난 부담이다”라는 박준규의 언급은 2, 3세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2, 3세 연예인들이 감당해야 하고, 그리고 스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체적, 정신적, 능력적 상속을 발전적으로 수용하거나 뛰어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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