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방북을 돌연 철회했다. 북한의 돌발행동이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이번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외교적 무례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반 총장은 20일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중대 발표를 하려 한다”면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해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총장은 단호한 모습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으며, 북측의 개성공단 방문 허가 철회 내용은 연설문에도 없던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이 ‘외교 경로’를 통해 북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한만큼 ‘방북 허가 철회’ 결정은 뉴욕채널로 통해 통보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계획 발표 하루 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반 총장의 방북에 앞서 이날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던 선발대 파견도 불발됐다.
반 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주 목요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방북 사실을 공식화했었다.
반 총장의 방북으로 남북관계 촉매제 역할과 전세계를 향해 한반도 평화·번영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런 기대는 일단 물건너갔다.
북측이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쓰고 돌연 방북 허가 철회 배경도 주목된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으로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거나 북측이 최근 보인 도발적 행태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북측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포격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 총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이런 것들이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는 것을 북한 정부에 말씀드린다”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북측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