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주주들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라는 ‘통 큰’ 선물로 보답했다. 국내기업들이 대개 이익 분배를 위해 배당을 실시하는 것과 달리 자사주 소각 방식을 취하면서 보다 분명한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화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동화기업은 자기주식 100만주를 소각한다. 발행주식 총수 1535만6756주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각 예정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주식의 주당 장부가액 6446원을 기준으로 총 64억4619만원이다.
승 회장의 통 큰 결정은 올해 1분기의 높은 실적이 뒷받침됐다. 동화기업의 1분기 매출액은 1533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4%, 103.2% 증가했다. 영업이익 뿐 아니라 세전이익, 지배지분순이익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해낸 뒤 이룬 것이어서 더욱 의미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동화기업은 지난 2013년에는 IMF이후 처음으로 22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해외 사업장 적자가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승 회장은 1년의 절반가량을 베트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해외 사업장에서 보내며 정상화에 힘썼다. 현지인이 경영했던 공장에 국내 임직원을 파견해 맡기고, 내부적으로는 원가율 개선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원가 절감액의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파격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회사는 2014년 들어 손실을 모두 털어내고 영업이익 56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적자의 원인이었던 해외 사업은 올해 성장의 기틀이 될 전망이다. 1분기 높은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은 베트남 법인의 중밀도 섬유판(MDF)부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베트남 법인은 전년 동기 46억원에서 97억원으로 111% 증가한 영업이익을 내면서 기여했다.
이에 하나대투증권은 하반기 입주 물량 증가를 통해 마루부문이 성장하고 베트남 MDF 부문 증설이 추진되면서 동화기업의 올해 영업이익이 8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한 주주들에 대해 경영진이 확실하게 보답하고 계속 신뢰 관계를 쌓아나가자는 의지에서 기업 창립 후 처음으로 자사주소각 방식의 환원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배당 가능한 이익으로 취득했던 주식을 소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금 감소와는 무관하다. 또한 전체 유통 주식수가 100만주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전일 종가 4만7650원(시가총액 7317억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이번 소각 후 주당 가치는 5만970원 수준으로 오른다. 같은 비율로 배당이 이뤄졌다면 배당소득세와 배당락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주주환원의 효과가 자사주 소각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