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3년간 미국인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토크쇼의 황제’ 데이비드 레터맨이 20일(현지시간) ‘레이트 쇼(Late Show)’ 녹화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날 미국 뉴욕의 에드 설리번 극장에서 진행된 CBS 레이트 쇼의 마지막 녹화는 평소 그와 친분이 있는 유명인들이 출연해 레터맨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다. 방송인 바바라 월터스를 비롯해 짐 캐리, 알렉 볼드윈, 줄리아 로버츠, 제리 사인펠드,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록그룹 ‘푸 파이터스’ 등 10명이 차례로 등장했다.
제리 사인펠드는 “대단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고, 코미디언 빌 머레이는 “더 이상 당신에게 빚질 일 없어”라고 했다.
그가 두고두고 풍자해온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와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은 영상편지를 통해 “우리의 오랜 악몽도 마침내 끝나는구나”라는 농담으로, 마지막에 나온 버락 오바마 현직 대통령은 “레터먼이 은퇴합니다”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쇼가 막바지로 접어들자 레터맨은 팬과 스태프,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부탁 좀 할게요. 내 장례식 몫도 좀 남겨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특유의 위트로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로했다.
마지막 쇼의 마지막 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담백했다. 그는 “이제 제 마지막 토크쇼에서 할 말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네요”라며 늘 하던 대로 “고맙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Thank you and goodnight)”라고 쇼를 마쳤다.
레터맨은 고향인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방송국에서 일기예보를 담당하다가 1982년 NBC로 옮긴 뒤 ‘레이트 나이트’를 진행했다. 이후 1993년 CBS ‘레이트 쇼’로 이적해 이날까지 총 6028회의 토크쇼를 진행했다.
레이트 쇼는 미국 최고의 TV 프로그램에 수여되는 에미상 후보에 73차례나 올라 9차례나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낙천적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촌철살인의 풍자와 풍성한 유머를 구사한 레터맨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독차지하며 미국 TV 역사상 최장수 심야 토크쇼 진행자로 통하게 됐다.
앞으로 레이트 쇼는 정치 풍자로 유명한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레터맨의 바통을 이어받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