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ㆍLA 다저스)의 어깨 관절와순 파열 소식이 야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지만 최소한 한 해 농사는 망쳤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동안 1613이닝을 소화해낸 류현진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4승(7패)을 달성, 다저스 3선발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혹사에는 장사가 없었다. 국내 무대에서의 혹독했던 강행군 때문일까. 아니면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이 부분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확실한 건 혹사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강타자들을 상대로 더 많은 부담을 안고 던진 것도 사실이다. 결국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강철 어깨도 3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3년차 징크스의 희생양은 류현진만이 아니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47)는 199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그는 2년차까지 16승(11패)을 올리며 동양인 투수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3년째였던 1997년에는 14승 12패 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35)는 2007년 일본 세이브 라이온즈에서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 15승 12패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했다. 2년차에는 18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을 거뒀지만 역시 3년차가 문제였다. 2009년 시즌 초부터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리며 4승(6패)을 올리는 데 그쳤다.
왜 3년차일까. 자국 리그를 대표하는 ‘괴물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3년을 견디지 못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자신만의 구종과 달라진 환경에 맞는 투구 폼을 개발하지 못한 탓이다.
비슷한 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실패한 한국선수들을 들 수 있다. 많은 선수들이 비거리를 의식한 무리한 스윙과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짧은 전성기를 마감했다. 이 역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이 문제였다.
반면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과 전매특허 쇼트게임으로 미국 무대를 평정했다. 한때 지독한 슬럼프를 경험했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로 자리를 옮긴 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LPGA투어에 복귀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42) 역시 어깨에 부담이 덜 가는 투구 폼과 자신에 맞는 구질을 개발해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었다.
빅리거를 향한 선수들의 집념은 막을 수 없다. 인생 마지막 무대로서 빅리거를 꿈꾸는 선수도 많다. 문제는 실력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신만의 투구폼과 구질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3년차 징크스 희생양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