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팬택의 운명을 놓고 법원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세 번째 매각 시도가 무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팬택의 거취를 놓고 아무것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모양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법원은 팬택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채권단과 여러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재매각 절차와 청산 중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팬택 공개 매각 때 업체 3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인수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매각절차를 중단했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보이던 공개 매각 절차가 무산되면서 팬택이 청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청산 쪽으로 무게를 잡고 채권단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부인하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법원의 장고가 깊어지는 이유는 팬택이 국내 전자업계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팬택은 국내 벤처 신화의 산 주역으로 한 때 국내 휴대전화 산업을 부흥시키는 데 앞장섰던 기업이다. 등록특허건수만 3500여건, 출원특허가 1만3000건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팬택 매각소식에 관심을 보일 때도 기술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팬택 임직원들이 지난달 말단 직원부터 임원진까지 회사만 살아난다면 언제든 '해고해도 좋다'는 결의문을 낼 정도로 회사 부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원이 쉽사리 팬택 청산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재매각 추진 역시 부담스럽다.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이 무산된 만큼 추후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택의 재무적 부담만 더 커지는 상황이라 명쾌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의 회생 가능성과 인수의향 업체들의 적합성 등을 고려할 때 선뜻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