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의 나비효과] SBS는 정녕 ‘일베 방송국’ 오명 지울 수 없나

입력 2015-05-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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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8뉴스 화면)

SBS가 또다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논란에 휘말렸다. 24일 방송된 SBS ‘8뉴스’에서는 관광버스 안에서 이뤄지는 승객들의 음주 가무 실태에 대한 현행 법규의 문제점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영상을 사용했다. 약 5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일베 측이 합성 제작한 것으로 세간에 논란을 일으켰다.

SB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음악이 방송된 경위를 신속히 파악한 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가족, 노무현 재단,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SBS는 유독 일베와 관련된 논란이 많았다. 2013년 8월 ‘8뉴스’에서는 김광현 도쿄 특파원 기자의 ‘日 수산물 현지 검사 잘 되고 있나?’ 기사와 관련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 컷 일부를 사용했다. 같은 해 9월 방송된 SBS ‘8뉴스’의 스포츠 뉴스에서는 2013 정기 고연전 농구대회 결과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연세의 ‘ㅇㅅ’이 아닌 일간베스트의 줄임말 일베를 뜻하는 ‘ㅇㅂ’가 기입된 대학 로고를 내보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방송된 ‘런닝맨’에서도 유재석과 고려대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한강을 건너기 위해 직접 만든 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고려대 로고가 아닌 일베에서 편집된 로고가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그해 10월에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공개된 ‘신윤복의 단오풍정’ 원작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변형된 이미지 화면이 삽입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일베' 이미지를 사용한 SBS 방송화면(SBS)

SBS에 유독 같은 실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KBS, MBC와 달리 SBS는 뉴스 등 방송 제작에 외주 제작사, 계약직, 비정규직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SBS가 재발방지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호언 장담한 상황에서 또다시 S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8뉴스’에서 일베 논란이 일어난 것은 그저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일베는 보수주의 성향을 가진 네티즌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극우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건전한 비판과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반인륜적인 게시물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고,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익명을 무기로 패륜적인 글과 사진, 게시물이 호응을 얻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3사는 일베가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의도적인 일베의 지상파 3사 침투는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방송국 내부의 획기적인 구조 개선과 인력 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강도 높은 지적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베는 지금도 ‘8뉴스’를 보며 “우리가 해냈다”고 자축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화화는 이미 선을 넘어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실추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상파 3사 뉴스 프로그램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일베의 놀이터가 됐다는 점이 심히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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