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의 휴대폰 제조사 팬택이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하자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26일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어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며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팬택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함에 따라 팬택은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은 팬택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검토하면서 이의신청을 받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약 3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 종결 결정과 달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은 회생절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로부터 퇴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이 팬택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게 되면, 팬택은 법정관리 상태가 아닌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실상 팬택의 독자 생존 방법이 없는 만큼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법원 관계자는 “팬택이 파산에 들어가게 되면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에게 배당하는데 이 업무를 종결하면 회사를 없앤다”며 “팬택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는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택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직원들도 독자적으로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팬택 직원은 현재 총 1100여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국내 3위의 휴대폰 제조사다. 1991년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회사를 설립, 이듬해에 삐삐 사업을 시작하며 회사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1997년 휴대폰 판매를 시작한 이래 2001년과 2005년 현대큐리텔, SK텔레텍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4년 8개월만인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6개월만에 또다시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에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같은해 11월 1차 본입찰 응모가 유찰됐다. 올해 2월에는 원밸류에셋의 매각입금 지연으로 매각절차가 무산됐다.
법원은 지난달 다시 3차 공개 매각을 진행, 업체 3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인수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매각절차를 중단했다. 결국 팬택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 청산수순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벤처신화로 불리던 팬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