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합병 이후의 사명은 삼성물산이다.
남은 절차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자기 주식을 회사에 사가도록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합병 계획에는 주식매수 청구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면 합병 계약을 해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액은 보통주 기준으로 제일모직 15만6493원, 삼성물산 5만7234원이다. 증권가는 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현재 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할 때 주식매수 청구액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식매수청구 기간이 종료되면 합병을 위한 절차는 사실상 모두 끝이 난다. 지난 61년간 전통을 계승해 온 제일모직은 사명으로서 기능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제일모직의 사명은 지난해 삼성SDI와의 합병(소재 부문)으로 한 차례 사라질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패션 사업을 넘겨받은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사명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창업 철학과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제일제당과 함께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분류된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가장 먼저 세운 회사는 1938년 3월 1일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다. 이후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은 1997년 삼성가의 장남인 이맹희(전 제일비료 회장)씨 일가로 완전 분리됐다. 제일모직은 제일제당이 설립된 이듬 해인 1954년 9월 제일모직공업으로 출발했다.
제일모직의 사명은 사라지지만 브랜드로서의 가치는 존속될 예정이다. 지난해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삼성에버랜드가 '에버랜드'라는 기존 사명을 테마파크 브랜드(리조트 사업)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사명이 삼성물산으로 바뀌어도 패션 부문에서 제일모직이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가 큰 만큼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활용 방안 등은 9월 합병 이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