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기획취재팀장
또다시 바이러스의 공습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창궐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선 사스(SARS)와 조류독감(AI), 에볼라, 신종플루 등이 우리를 관통했고 메르스는 이미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초기에 “전염성이 강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중동에 비해 우월한 의료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질병관리본부(CDC) 말은 믿기 어려워졌다.
바이러스는 구조가 간단해 변종도 쉽게 생기고 그래서 완전히 진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런 이유로 산발적인 대응보다는 중앙정부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통제와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5년 질병관리본부를 세웠다. 그러나 체계적인 척 해왔던 우리나라는 사실과 다르게 허점이 너무 많다. 심지어 3일엔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알려진 2명 외에 1명이 더 있다는 보도까지 나와 온 국민이 심란한 상태다.
전염병이라는 것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최악을 상정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아도 모자란데, 보건 당국은 첫 감염자가 나타난 직후 “전염성이 강하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중동에 비해 우월한 의료 기술을 갖고 있다”고만 했다.
감염자와 격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낙타 접촉을 막는 것이 예방법이라는 당국의 설명은 헛웃음 나게 할 뿐이었다. 또한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과 가래에 섞인 병원균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비말(飛沫) 감염으로만 전파된다고 하지만 믿기가 어렵다. 비말은 공기 중에 계속 떠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1m가량의 단거리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감염된다. 그래서 메르스 감염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가 감염됐다는 것은 비말 감염이 아닌 공기 감염의 우려와 의문을 낳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다. 단지 “공기 감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라고만 해도 될 것을 숨기니까 더 무엇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 감염 가능성을 얘기했다. WHO는 1일(현지시간) GAR(Global Alert and Response) 페이지를 통해서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 2명이 숨졌다고 전하면서 공기 감염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airborne precautions should be applied when performing aerosol generating procedures)고 권고했다.(해당 자료 링크: http://www.who.int/csr/don/01-june-2015-mers-korea/en/) 우리나라가 정부 당국이 아니라 WHO를 더 신뢰하고 믿어야 하는 저개발 국가도 아닌데 말이다.
WHO는 질병 발생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도 명시해 두고 있다.
“성공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은 불필요하게 장기적인 경제, 사회,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중과의 신뢰 및 순응을 훼손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과 유지, 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리 알려라(Announcing early)”라는 조언을 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그 위험을 과대평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며, 질병 발생의 위험이 작거나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 공지를 지연시킬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할지라도 사전에 위험을 경고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언론 역시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전언만을 보도하는 ‘받아쓰기’는 물론이고 모든 언론이 속보 경쟁을 하다 보니 생기는 사망자 몇 명, 격리자 몇 명, 마치 중계를 하듯 경마 저널리즘(horse race journalism)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사망자 숫자보다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을 포착해야 하고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당국 지적만 넘친다.
음모론이 도는 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다. 정부 당국이 먼저 큰 소리를 낸 것이 ‘괴담 유포자 색출’이었다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공기 감염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 일부 의사집단에서일 뿐, 당국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