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47)이 영화 ‘극비수사’(제작 제이콘컴퍼니, 배급 쇼박스, 감독 곽경택)로 돌아왔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여아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다.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등 수사극에서 보여준 김윤석의 존재감을 봤을 때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유독 남다르다.
김윤석은 극 중 사건의 전면에 나서는 형사 공길용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인 공 형사는 소신이 뚜렷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짙게 드러나는 정의의 사도다. 실적을 올리기 위함이 아닌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심’이 그 어떤 캐릭터보다 치열하다. 그래서 김윤석 특유의 인물 동화적인 연기가 공 형사와 더욱 잘 맞아떨어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소시민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다”며 공 형사를 설명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다”고 말한 그는 “원칙주의자라는 점에서 공감했다”고 밝혔다.
“‘극비수사’의 이야기가 공길용 형사의 일대기였다면 만나봐야 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당시 (공 형사의) 인터뷰 자료를 보니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하더라. ‘범인을 잡는 것이 우선이냐, 아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냐’ 했을 때 ‘범인을 놓쳐도 아이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변칙보다 정면 돌파가 중요하다.”
‘극비수사’에서 공 형사의 수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인물은 김중산 도사다. 한 아이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사주를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김중산 도사의 귀신같은 점괘와 진심이 공 형사를 움직인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점이 몰입을 가능케 한다.
“도사가 수사에 도움을 준 일이 당시에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 신기하다. 유괴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도사가 도움을 줬다는 사실은 몰랐다.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 알았다. 극 중 공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경비 옷을 입고 자전거로 차에 뛰어드는데, 실제 다 있었던 일이다.”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스토리는 그 어떤 수사극보다 드라마틱하다. 김윤석의 말처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 ‘닭백숙’처럼 몰입할 수 있는 것이 ‘극비수사’의 매력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출연을 결정한 김윤석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이 대목이다.
“여느 수사극과 다르다. 그간 수사극이라고 하면 유능하고 멋있는 형사, 사이코패스, 하드보일드 장르, 스피디한 액션이 많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담백하게 전개되는 휴먼 드라마이면서도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감정들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심지어 실화라니 꼭 해보고 싶었다.”
‘극비수사’의 또 다른 장점은 시대상의 충실한 구현이다. 제작진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75~80%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 70년대 대한민국 거리부터 일반 가정집의 실내까지 완벽히 재현됐다.
“오히려 사극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구별부터 당시 유행했던 과자, ‘전화 감이 멀다’는 대사까지 디테일하게 표현됐다. 스태프가 정말 노력하고 고생했다.”
한국 정서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은 ‘극비수사’가 가진 또 다른 흥행요소다.
“가장 기분 좋은 점은 이 영화가 진짜 한국영화 같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스킬이 사용되지 않았다. 외국 관객들은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 사주를 보는 것부터 불합리 당하는 시대상까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김윤석이 뽑은 ‘극비수사’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공길용 형사와 김중산 도사가 처음 만나 차에서 대화 나누는 장면이 좋다. (공 형사가 김 도사에게)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하면 가만 안두겠다고 한다. 그 장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도사가 그저 사람을 현혹한다고 생각하는 공 형사가 어떻게 그를 이해할 수 있었겠나.”
-[스타인터뷰②] ‘극비수사’ 김윤석 “좋은 작품이면 조연도 마다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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