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O리뷰] ‘소수의견’, 우리 사회 정의는 살아있을까?

입력 2015-06-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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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포스터(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지난 2013년 12월 개봉한 영화 ‘변호인’은 극 중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의 논리적이면서도 정의감에 가득 찬 통렬한 법정신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 대사를 외친 송 변호사의 법정 싸움은 ‘변호인’ 속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며 1000만 관객이라는 영화의 기록적 흥행을 일으켰다.

‘변호인’ 외에도 ‘의뢰인(2011)’ ‘침묵의 목격자(2013)’ 등은 얽히고설킨 인간군상의 집합체인 법정을 통해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사회적 메시지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법정 드라마의 매력이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소수의견’(제작 하리마오픽쳐스, 배급 시네마서비스, 감독 김성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소수의견' 스틸(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소수의견’은 제작 단계에서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실화의 성향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지만, 상영 전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다’고 분명히 밝힌다.

김성제 감독은 “단순히 용산참사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국민참여재판, 야당과 여당의 관계, 검사와 변호사의 관계, 시민사회의 역할 등 사건을 둘러싼 각각의 입장을 교집해 이 사회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 변을 밝혔다.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둘러싼 법정 영화를 표방한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 13구역 6블록, 뉴타운 재개발을 위한 강제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 분)의 아들과 의경 김희택(노영학 분)의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소수의견' 스틸(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영화는 극 초반 화염병이 난무하는 철거현장을 그리지만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막다른 방에서 대치한 박재호와 경찰의 긴장감 속에서 우연처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고 예측할 수밖에 없다.

진압작전 중 발생한 이 사망사건에 대해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것이 철거용역 김수만(김형종 분)이 아닌 경찰이라 주장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의경 김희택을 죽인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 광평은 ‘경찰이 사망한’ 이 사건의 변론을 국선변호인 윤진원(윤계상 분)에게 이관하고, 윤진원 변호사는 박재호의 결백함을 믿는 동시에 사건과 연관된 비리 의혹을 확인한 후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한다. 청구금액은 100원, 국민참여재판 형태다.

윤진원 변호사와 선배인 이혼전문 변호사 장대석(유해진 분), 일간지 사회부 기자 공수경(김옥빈 분)의 싸움은 철저하게 정의에 편에 서서 국가를 상대한다.

▲'소수의견' 스틸(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그 과정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달걀로 바위 치기’로 대변된다. 증거를 차단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홍재덕(김의성 분) 검사의 몸부림은 권력에 편승해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지방대 출신 국선변호인과 엘리트 검사의 싸움은 그 자체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러므로 재판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서로 간의 힘겨루기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소수의견’은 철거현장에 있었던 사망사건의 진실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뱀처럼 얽혀있는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국선변호인, 그리고 지방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집단적 멸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건날조와 부당한 압력 등이 만연하다.

나아가 객관적으로 사건을 담당해야 할 사법부가 ‘전관예우’ 등 인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 국민참여재판이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 등은 우리 사회의 ‘정의’가 제대로 성립돼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소수의견’은 판결 후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사건 현장으로 카메라를 이동해 사망사건에 얽힌 인물 간의 인과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판결을 관객에게 돌린다. 과연 경찰작전 중에 벌어진 사망사건의 잘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치열한 법정 싸움 후 나온 재판관의 판결은 옳은 것이었을까.

영화는 2013년 제작돼 2년의 세월이 흐른 후 개봉했지만, 비현실적인 우리 사회 속에서 공감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법정신이 가질 수 있는 통렬한 반전은 압권이다. 상영시간 126분, 15세이상관람가, 24일 개봉.

▲'소수의견' 스틸(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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