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은 스타성은 높지만 작품과 캐릭터 덕을 많이 본 스타 중의 한사람이다. 작품과 연기자를 분리할 수 없지만 전지현은 자신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에 비해 작품과 캐릭터의 운이 많은 연기자다.
데뷔 후 초창기에는 광고 출연과 기획사 마케팅이 대중이 환호하는 이미지 창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전지현의 스타성을 창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견고한 광고의 단선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족한 연기력, 출연하는 작품의 흥행실패로 추락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영화 ‘도둑들’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였다.
1998년 ‘내 마음을 뺏어봐’와 1999년 ‘해피투게더’ 등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전지현을 스타로 만든 것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CF였다. 전지현의 존재감을 일시에 수많은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 시킨 것은 삼성 프린터 CF다. 전지현은 이 광고를 통해 단번에 신세대 아이콘 이미지로 부상하며 대중의 스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신세대적 특성을 발현한 엽기 발랄한 캐릭터가 돋보인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연을 맡은 전지현은 중성성을 강화한 새로운 신세대 여성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며 자유분방하며 발랄한 이미지를 더욱 발전 시켜나갔지만 그녀의 인기나 연기자 경력에 비해 연기력의 세기나 캐릭터 소화력은 많이 부족한 편이었다. 이 때문에 ‘전지현은 본업이 연기자가 아닌 CF스타’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출연한 영화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4인용 식탁’ ‘데이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블러드’에서 고질적인 연기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데다 무슨 역을 해도 고착화된 전지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 영화 흥행 참패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CF로 유지되던 전지현의 스타성마저 추락의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만난 작품이 바로 2012년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었다. ‘도둑들’의 내러티브나 영화의 구성이 너무 뻔하고 단순한 데다 전개 내용이 충분히 예상가능 해 맥이 빠지고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빈약한 스토리의 영화였다. 하지만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오달수의 뛰어난 캐릭터 플레이 덕분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도둑들’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전지현이었다. 전지현은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역을 맡아 공중곡예 하듯 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와이어 액션과 강렬한 욕드립 대사들, 그리고 섹시한 몸매의 의도적 부각 등으로 외형적인 존재감으로 관객의 눈길을 끌려 인기를 얻었다. 물론 감정의 결을 정교하게 살려내는 정교한 연기력의 부족 등 문제점은 여전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전지현의 특성과 이미지, 외모적 강점을 극대화시킨 캐릭터를 만들어줌으로서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낸 것이다.
‘도둑들’이후 전지현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방송돼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했다. 1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톱스타 천송이역은 CF 등에서 익히 봐온 전지현의 모습과 이미지를 그대로 녹여놓은 것이었다. “천송이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스타 전지현의 모습을 많이 연구했다.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다” 라는 박지은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 듯 천송이는 전지현을 위한 캐릭터였다. 이러한 캐릭터의 이점 때문에 전지현은 ‘별그대’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이다.
전지현이 ‘도둑들’로 추락했던 자신의 상품성과 스타성을 부활시켜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로 관객과 만난다. 전지현은 ‘암살’에서 일제 강점기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역을 맡았다. 안옥윤 역시 외형적으로 강렬한 캐릭터다. 그리고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시작하며 처음 떠올린 인물의 이미지가 비로서 전지현으로 완성됐다. 그녀 역시 캐릭터에 진실되게 접근했고 스스로 안옥윤을 깊이 간직했다”고 말했다.
이제 전지현은 ‘암살’을 통해 오롯이 자신의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진정성을 부여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여전히 작품과 캐릭터 덕으로 그리고 대중이 좋아하는 CF 이미지로 스타성을 유지하는 전지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