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저성장 시대 투자처 찾기 골몰자산배분상품선정위기 관리까지 한번에 ‘일임형 랩’ 자금 꾸준히 유입 총자산 76조 정보 접근성 떨어지는 해외투자에도 적격
#20대 회사원 박모씨는 적금만기가 돌아오는 2000만원의 목돈을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좌에 넣어두기로 결정했다. 주식투자를 하는 동료들이 여러 종목을 추천했지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서고,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금융상품은 개념조차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 금리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증권사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몰리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고객의 자산규모와 위험성향, 투자목적 등을 파악해 고객의 자산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수수료를 받는 맞춤형 자산관리 수단이다.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수요 증가에 발맞춰 중국투자, 1:1 맞춤 전략 등을 내세워 투자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랩어카운트 자산 & 고객수 연일 최고치 경신 =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일임형 랩어카운트 총 자산은 76조 516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5월 70조원을 넘어선 랩어카운트 자산은 작년 말 71조 638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5조원가량 급증했다. 고객수와 계약건수도 늘어 3월 말 기준 고객수는 119만여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계약건수도 2013년 96만건에서 지난 3월 130만건을 넘어섰다.
랩어카운트는 지난 2003년 10월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단일 계좌를 통해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가들이 투자자의 위험감내수준, 선호 종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신 투자에 나선다는 장점으로 각광받았다. 이에 2011년 초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9조원이 넘는 운용액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의 증시 침체로 주춤했던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활한 것은 연초 이후 증시 반등과 관련이 깊다. 다만 전문가의 포트폴리오를 아웃소싱해 소수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보다는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주목받고 있다. 저성장시대에 단일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장상황에 따른 자산배분을 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위험관리 & 맞춤형 전략‥ 일임형 랩어카운트 ‘주목’ = 개인이 주식과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 일일이 투자 포트포리오를 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보완하는 것이 랩어카운트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전문가가 종목을 고르고 리스크를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투자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고 실제 투자는 고객이 하는 자문형과 증권사가 자산관리 전체를 총괄하는 일임형이 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다시 본사가 총괄 운용하는 ‘본사 운용형 랩어카운트’와 지점이 운용하는 ‘지점 운용형 랩어카운트’로 나뉜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투자 상품으로 일임형랩어카운트 중 증권사 지점 PB영업의 일환으로 개인 자산가를 상대로 한 지점운용 랩의 유치가 증가하고 있다. 지점 PB가 개별 맞춤식 1:1 상담을 통해 개별 포트폴리오 구성하고 적극적인 위험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점운용형 랩은 고객의 투자 성향, 투자목적에 따른 1:1 맞춤 투자가 가능해 랩 본연의 자산관리 기능이 강화된 상품”이라며 “지점 랩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랩ㆍ메자닌랩‥운용대상 전략 다양화 =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시장에서 맞춤형 투자수요를 잡기 위해 랩어카운트 투자 대상과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자산의 경우 해외투자, 메자닌투자 등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산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후강퉁 시행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제한적인 정보, 제도나 규정의 불확실성 등으로 선뜻 투자에 나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매매단위와 거래시간, 매매수수료 등이 국내시장과 다른 것도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랩어카운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갖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 메자닌증권에 투자하는 메자닌랩도 등장했다.
운용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만 1조 5000억원의 자금이 몰린 삼성증권의 POP UMA다. 이 상품은 가입할 때 한번에 받던 판매수수료 대신 분기별 사후관리 수수료를 받는 체계를 도입해 영업직원이 판매보다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도록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