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노크] 그리스 사태, 이젠 책임론 부각…“누가 불명예 안을 자신있어요?”

입력 2015-06-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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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2km. 지역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구글 맵스에서 벨기에 수도 브뤼셀과 그리스 수도 아테네와의 거리를 찾아보니 이 숫자가 나오네요. 자동차로 이동하면 26시간 걸린다네요. 교통체증이 없을 경우에 말이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채권단과 구제금융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두 도시를 발에 땀이 나도록 왔다 갔다 하고 있대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브뤼셀에서는 수정 경제개혁안을 내놓고 채권단을 설득하고, 홈그라운드인 아테네에서는 개혁안의 기반인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하네요.

치프라스 총리가 이끌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압승했으니, 그가 정권을 잡은 지도 이틀 후면 꼬박 5개월이 됩니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정신없는 줄다리기도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얘기죠.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30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스멀스멀 나오고 있는 얘기는 바로 ‘책임론’입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누가 그 불명예를 나서서 떠안을 수 있느냐”는 얘깁니다.

그리스의 핵심 채권국인 독일이 그리스 의회에 경제개혁안을 공식적으로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때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의회 승인이 불발될 경우 치프라스 총리가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죠?

외신에서는 치프라스 총리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상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눈치를 볼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어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정부는 은행을 폐쇄하고, 현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을 통제하고, 새로운 단일 통화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건, 다들 아시죠?.

인구 1078만명, 국내총생산(GDP) 2017억 달러의 그리스가 무너지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돈이 없다”며 눈물짓고 있어요. 그리스가 정말 이대로 무너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채권단과 조율하지 못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경제개혁안이 부족하다고 퇴짜놨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채권국의 의견을 단합시키지 못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채무 상환을 압박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누구일까요. 그 누구라도 역사에 불명예스럽게 남고 싶지 않을 겁니다.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업적은 서로 믿고 도울 때 탄생한다”. 누군가 그리스 사태를 책임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이 문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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