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퇴임 민일영 대법관 후임 인선부터 적용
대법원이 앞으로 대법관 후보로 천거되는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법관 제청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9월 16일 퇴임을 앞둔 민일영(60·사법연수원 10기·사진) 대법관의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법관 인선을 놓고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때문에 누가 천거됐고,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 명단이 공개되면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로서는 탈락자에 비해 우수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에 따라 대법원은 후보 천거 절차가 마무리되면 천거받은 인사가 검증에 동의하지 않거나, 법원조직법이 요구하는 경력을 채우지 못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명단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자격요건으로 △45세 이상의 법조인(법조경력 20년 이상) △공무원 결격사유가 없을 것 △금기 이상의 형을 받지 않았을 것 △탄핵으로 파면된 경우 파면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사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명단이 공개되면 국내 국민이나 단체는 누구나 천거된 인사에 관해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천거한 피천거인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출할 수 없고, 구체적인 사실이나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투서나 진정, 익명의 제보, 제출인이 의도적으로 의견제출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심사 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경우에는 위원회가 이를 심사에 반영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민 대법관 후임에 대한 천거는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이뤄진다. 양 대법원장은 다음달 14일 인사검증에 동의한 인사 명단을 공개하고, 다음날인15일부터 24일까지 심사 대상자에 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공개된 명단의 인사 중 수명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하면 양 대법원장은 그 중 한 명을 대법관 후보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게 된다.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양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정하는 시기는 8월 초·중순 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김종인 건국대 석좌교수를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자혜(63) 소비자시민모임 회장과 조대현(61) 한국방송공사 사장, 신숙희(46·25기) 서울고법 판사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당연직 위원은 민 대법관과 박병대(58·12기) 법원행정처장, 하창우(61·15기) 대한변호사협회장, 항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이다. 공석인 법무부장관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추후 위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