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내미로리마을 주민 자발 참여 ’농촌 클린운동’… 야외 결혼식장 운영하고 공동판매장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관광객이 줄고, 42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으로 상수원이 말라 식수난까지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내미로리 마을 주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농촌체험 마을 관광객이 90% 감소하고 일손돕기 차원의 방문도 줄었다. 강원도 삼척시도 각종 마을 단위 체험행사가 취소돼 타격을 입었다. 여름 휴가철이 돌아오고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현재 삼척지역에서는 내미로리 등 4개 마을이 급수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곳 주민들은 환경 개선 활동을 돕기 위해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다.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을 통해 아름답고 깨끗한 농촌 환경을 만들고 관광 소득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산 좋고 물 좋은 내미로리 마을에서도 깨끗한 농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이유는 있다. 내미로리 마을 대표 백승옥(71ㆍ남) 이장은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나 농촌 폐비닐, 비료포대 등 쓰레기들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치운다”면서 “꽃도 반년생 꽃이 없기 때문에 다시 심고 가꿔야 아름다운 농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안 하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을 주민들이 열정을 가지고 나선다”고 덧붙였다.
내미로리 마을이 성과를 낸 데에는 고령이지만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진취적인 사고를 지닌 백 이장의 영향이 컸다. 엄청난 추진력을 갖고 있는 그는 마을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이 같이 나선다고 했다. 환경 개선 운동 외에도 야외 결혼식장 조성과 마을 공동판매장 개설 등 여러가지 마을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며, 삼척시에서도 마을 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협력하고 있다.
농촌 마을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으나,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라 인력난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주민 중심으로 추진하고 지자체, 지역 농협, 농업인단체, 농업 관련기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삼척시는 터미널 주변, 시장 등 다중집합장소와 해수욕장, 관광지, 주요도로변 등 쓰레기 취약지역과 농경지, 하천변, 도심지 주택가 등 생활주변을 대상으로 ‘국토대청결 운동’을 추진했다. 묵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관광객에게 깨끗하고 청결한 도시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함께 가꾸는 농촌클린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내미로리 부녀회장 최순옥(64)씨는 마을 기금 50만원을 들여 급식을 제공함으로써 마을 주민 화합에 앞장섰다.
이밖에도 황영조 국제마라톤 대회코스를 따라 삼척시청 직원이 참여한 청소도 이뤄졌다. 권역별 수거장소를 도보로 이동하면서 공공용 봉투에 수집하는 것이다. 활동시 어깨띠를 착용해 시범사업 효과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삼척시가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의 우수 시ㆍ군 사례로 꼽힌 데에는 마을에 위치한 사찰인 ‘천은사’의 협력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삼척에는 이승휴의 ‘제왕운기’ 저술로 잘 알려진 신라 고도의 사찰인 ‘천은사’가 마을에 위치해있다. 이 곳의 주지 ‘동은 스님’은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을 위해 사찰부지 1만제곱미터를, 화단 조성과 해바라기 꽃 재배단지로 무료로 지원했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깨끗한 농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했다. 아름다고 깨끗한 농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주민과 지자체,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