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쉬운해고 등 폐기해야 대화 참여” …민노총, ‘국회 내 노사정 논의기구’ 추진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2차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노총은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쉬운 해고’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부 주도로 노동개혁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으로 맞선다는 태세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이 ‘국회 내 노사정 논의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대화 재개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다음주에도 지난 13일 여의도에서 시작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을 이어간다. 전날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 결의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5000여명이 참가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노동개혁은 비정규직 확대, 임금 삭감, 쉬운 해고, 노동조건 악화 등 반노동정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여당이 대화를 원한다면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행하면 즉각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앞서 이달 초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해 투표자 89.8%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민주노총 역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행정지침을 발표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다음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근로계약 변경ㆍ해지 가이드라인 제정, 기간제ㆍ파견 등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담은 2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의 노동개혁 구상이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유연성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다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는 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업무 부적격자에 대한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반박하면서 노정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이처럼 정부가 해고요건을 완화하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대화 재개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관련한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결의한 데 이어 오늘(24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과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공문을 발송해 여야 정치권, 정부, 노사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논의기구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했음에도 정부 주도의 사회적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렬 수순을 밟은 만큼 국회 논의기구를 통한 대화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회 논의기구는 환경노동위원회 주관의 기구든, 별도의 국회 특위든 상관없이 열린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노사정위원회 형태는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노사정위를 재가동해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 국회 내 사회적 대화 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야당ㆍ노동계와의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