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로는 절뚝거리는 걸음이란 뜻이며, 두 번째로는 일이나 계획 따위가 순조롭지 못하고 이상하게 진행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첫 방송에 앞서 제작발표회부터 논란을 거듭해온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와 똑 닮았다.
김수미의 막말과 조영남의 돌발 퇴장에 이은 하차 선언 등으로 얼룩졌던 ‘나를 돌아봐’는 우여곡절 끝에 갈등을 봉합하는 듯 했다.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진 건 지난 19일 촬영 도중 최민수가 외주 제작 PD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제작진은 최민수의 사과와 이를 받아들인 해당 PD의 화해 소식을 알렸다. 상황이 종료되던 찰나, 한국독립PD협회가 공식 성명서를 통해 반기를 들었다. 결국 최민수는 24일 제작진을 통해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히며 모든 책임을 졌다.
이처럼 각 출연진이 돌아가며 잦은 돌발 행동과 논란을 키우는 ‘나를 돌아봐’다. 이번에는 사건의 가해자인 최민수가 자진 하차하고 제작진 또한 이를 수용함에 따라, 폭행 사건을 향한 대중의 비난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프로그램을 위한 입막음일 뿐, 능사가 아니다. 애당초 타인의 행동을 통해 나를 돌아보겠다던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웃음과 재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역지사지의 교훈을 선보이겠다던 ‘나를 돌아봐’에는 출연자 간 비방, 자극적인 이슈 등만이 남았다.
특히 타인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할 출연자(매니저 역할)의 성장이 돋보이기는커녕, 제 목소리 키우기에만 열을 올리거나 기행만을 일삼는 출연자(스타 역할)만 두드러져 프로그램 전반의 균형을 잃었다. ‘나를 돌아봐’가 파행에 놓인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 간 불편한 관계가 프로그램 콘셉트를 위한 장치로 쓰였다. 이 같은 자극적인 요소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나, 프로그램의 전부인양 되어선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을 직접 돌아보며 변화해가는 과정이 빠져, 기획의도에서 많이 벗어나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