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죄와 벌-대구 여대생의 억울한 죽음 편’이 전파를 탄다.
29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5년 전 고 정은희양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그날의 진실을 추적해보고, 죄가 있지만 처벌할 수 없는 현 사법제도의 한계와 공소시효의 덫에 걸린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본다.
1998년 10월 대구 구마고속도로 위에서 23톤 트럭에 치여 사망한 故 정은희양. 당시 유가족은 은희양이 사고 전 성폭행을 당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건은 의문점만 남기고 단순교통사고로 종결됐다.
그런데 사고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은희양의 속옷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15년 만인 2013년 6월 DNA 일치자를 찾으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DNA 일치자는 놀랍게도 당시 대구의 한 공단에서 일했던 스리랑카인 K였다.
하지만 1998년에 일어난 성범죄는 이미 10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그 죄를 묻기 어려웠다. 검찰은 은희양의 현금과 소지품이 사라진 사실을 포착하여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리랑카인 K에 대해 무죄선고를 내렸고, 지난 11일에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K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의 진실을 묻는 제작진에게 K는 범행일체를 극구 부인했다. 그런데 당시 K가 일하던 공단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K뿐만 아니라 두 명의 스리랑카인 용의자가 함께 여대생을 성폭행했고, 현재 그 용의자들은 스리랑카로 돌아간 상태라는 것이다.
2014년에 열린 1심에서 당시 공단에서 떠돌던 소문을 들은 스리랑카인이 증인으로 섰지만 K의 죄를 입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과거에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억에만 의존하여 진술한 전문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전수조사 끝에 새로운 증인을 찾아냈다. 그는 K의 보복을 두려워했고 신변보호를 위해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법정 진술을 했다. 어렵게 제작진을 만난 홍길동은 조심스럽게 그날의 일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홍길동은 놀랍게도 15년 전의 일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홍길동은 스리랑카에 있는 또 다른 용의자 중 한명인 자일라(가명)가 K와 함께 故 정은희양을 성폭행한 얘기를 했으며, 심지어 은희양의 학생증에 붙어있던 증명사진까지 보여준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무 구체적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제작진은 또 다른 용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스리랑카로 떠났다. 스리랑카에 살고 있는 용의자들이 지금이라도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으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끈질긴 추적 끝에 용의자들이 사는 곳을 어렵게 알아낼 수 있었다. 과연 제작진 앞에 선 그들은 15년 전 사라진 진실의 행방을 털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그날의 일을 모른 체 할 것인가.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던 제작진은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스리랑카인들에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스리랑카인들이 당시 소문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K의 범행은 15년 간 밝혀지지 않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