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은행(IB)들은 원·달러 환율 평균 전망치를 올 4분기 1200원, 내년 3분기 1250원으로 전망했다.
8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이후 1200원선을 지지대로 삼아 서서히 상승 분위기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4분기 IB 31곳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평균 12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해외 IB들의 평균 전망치는 1150원이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50원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 달러 대비 원화가 123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그룹(1237원), 크레디트스위스(1224원), HSBC(1220원)는 1220원 이상의 전망치를 내놨다. 바클레이즈(1215원), 라보뱅크(1207원) 등도 모두 4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210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BN암로은행과 ANZ은행은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가장 높은 1240원으로 예상했다. 두 은행의 전망대로 환율이 오른다면 원·달러 환율은 2010년 6월 이후 5년 반 만에 최고로 오르게 된다. 당시 세계 금융시장은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에 미국과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흔들렸다.
◇中 위안화 절하 등 이뤄진 8월 중순부터 본격 전망치 상향 조정 = 주요 금융기관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8월 중순 이후 높아지기 시작했다. HSBC는 기존 1130원이던 환율 전망을 지난달 17일 1220원으로 올렸다. 시티그룹(8월 14일), 크레디트스위스(8월 19일), 라보뱅크(8월 21일) 등도 8월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200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중국이 지난달 11일 위안화를 전격 절하한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11일 이전 원·달러 환율은 1130~1170원 선에서 움직였지만 ‘위안화 쇼크’에 급등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1180~1190원대로 등락 기준선이 올라간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03.7원으로 마감해 5년여 만에 종가 기준으로 1200원대에 진입했다. 중국발 불안에 더해 미국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원화 가치 약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너무 오르면 한국경제에 오히려 ‘독’= IB들도 내년 1분기와 2분기 원·달러 환율 전망치(평균)를 올해 4분기보다 높은 각각 1219원, 1210원으로 잡았다. 내년 3분기에는 환율이 평균 12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모건스탠리와 ABN암로은행은 내년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각각 129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 약세)은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진다. 다만 교역이 부진한 상황에서 통화 가치 약세가 무조건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신흥국들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 자국 통화 평가절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수출은 늘지 않고 수입량만 줄어들면서 세계 무역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원화 약세가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