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핑의 덫’] 불법 약물, 경기력에 얼마나 효과 있나…에리트로포이에틴, 고지대 훈련 효과

입력 2015-09-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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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스 암스트롱이 2004년 프랑스에서 열린 투르 드 프랑스 16번째 구간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약물 복용만으로 고지대에서 훈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육체의 한계까지 페달을 밟아 승자를 가리는 사이클. 선수들은 에리트로포이에틴(EPO)의 유혹에 너무도 쉽게 빠져들었다. 지난 1월 스포츠 전문 정보업체 스포팅인텔리전스닷컴은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투르 드 프랑스 상위 10위에 속한 81명의 선수 중 랜스 암스트롱(44·미국)을 포함해 39명이 도핑에 적발됐고, 14명은 도핑 의혹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주로 사용한 약물은 EPO였다.

EPO는 체내에서 산소를 옮기는 적혈구의 생성을 돕는 조혈 호르몬이다. EPO를 도핑하면 체내 적혈구가 늘어나 일시적인 산소 운반량이 많아져 지구력이 요구되는 장시간의 유산소 운동에서 폭발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즉 도핑하지 않은 선수보다 더 오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자신의 혈액을 재투입하는 방식도 체내의 적혈구 수치를 높여 고지대에서 훈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 중 카를로스 사스트레(40·스페인·2008년), 카델 에반스(38·호주·2011년), 브래들리 위긴스(35·벨기에·2012년), 크리스 프룸(30·케냐·2013년) 등 4명만이 도핑에 걸리지 않았다.

▲벤 존슨이 2013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운동선수의 약물 사용 금지 운동 캠페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EPO보다 전통적인 도핑 금지 약물은 벤 존슨(54·캐나다)이 사용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를 도핑하면 근육 생성량이 증가한다. 즉 순간적인 스피드를 폭발시켜야 하는 육상에서부터 보디빌딩, 역도, 축구, 야구 등 근육을 사용하는 모든 운동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스테로이드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벤 존슨의 기록으로 알 수 있다. 1986년 100m를 10.07로 달린 벤 존슨이 1987년 세운 기록(9초79)은 캘빈 스미스(54·미국)가 1983년 세운 세계기록(9초93)보다 0.14초 앞섰다. 그가 서울올림픽에서 세운 9초79 기록은 그로부터 10여년 지난 1999년이 돼서야 모리스 그린(41·미국)에 의해 따라잡혔다. 벤 존슨은 스테로이드의 힘으로 10년을 앞서간 셈이다.

성장호르몬 역시 많은 선수를 도핑으로 이끌었다.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던 에반더 홀리필드(53·미국)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존 로커(41·미국), 데이비드 벨(42·프랑스) 등이 성장호르몬을 도핑했다. 성장호르몬은 스테로이드처럼 근육을 키워주고, 체지방률을 낮춰준다. 그러면서도 스테로이드보다 부작용이 적다. 성장호르몬 역시 격투기, 보디빌딩, 수영 등 모든 운동선수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약물이다. 다만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성장호르몬 결핍 치료를 위해 성장호르몬제를 투여했던 사실은 유명하다.

베타 차단제는 스테로이드와 EPO, 각성제가 신체능력을 활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른 작용을 한다. 심장 박동을 늦춰주고 혈압을 낮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침착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따라서 양궁, 사격, 골프 등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에서 특별히 제한된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북한의 사격선수 김정수(38)가 베타 차단제 양성 반응으로 50m 권총(은메달)과 10m 권총(동메달)에서 획득한 메달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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