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NOISE] 또다시 논란인 ‘음원 사재기’…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입력 2015-09-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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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문화팀 차장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음원 사재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JTBC ‘뉴스룸’에서는 지난 21일에 이어 22일에도 ‘음원 사재기’가 가요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날 ‘뉴스룸’에서는 적게는 수백개에서 많게는 10만여개에 달하는 동일 패턴의 아이디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동일 패턴 아이디는 영어는 같지만 뒤에 숫자가 다른 아이디를 일컫는다. 취재진이 동일 패턴 아이디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해당 아이디가 다른 가수의 음악을 들은 적이 없고 유독 한 가수의 음원만 듣거나 구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 자료까지 첨부해 휴대전화로 이뤄지는 비밀스러운 ‘음원 사재기’ 현장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멜론 측은 ‘음원 사재기’는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지속해서 문제가 있는 아이디를 거르고 있으며, 동일 음원을 반복해서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할 경우에는 자체 필터링에 걸러져 차트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멜론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기획사와 팬들은 음원 사이트가 ‘음원 사재기’를 방조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실제 멜론, 벅스, 엠넷 등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 혹은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절차가 허술한 만큼 음원 사재기를 용인할 만한 취약점이 많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음원 사재기’는 회사 수익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음원 사이트에서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왜 연예 기획사는 순위 차트에 연연하는 걸까? 기존 가수들에게는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고, 신인들에게는 한 달에도 수십여개 팀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획사 입장에서 ‘음원 사재기’는 해볼 만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음원 구매에 따른 지출은 막대하지만, 일부는 음원 판매로 회수할 수 있다. 음원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져 차트 내 1~2위를 다툰다면 손쉽게 음악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다. 방송사가 음원 순위 1~2위의 가수를 섭외하는 것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송 출연은 곧 행사로 이어진다. 가수들은 행사를 통해 수익을 벌고, 일부 음원 사재기로 인한 지출을 만회할 수 있다.

결국 ‘음원 사재기’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 소비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차트 순위에 랭크된 음원을 듣게 하고, 구입하게 만든다. 연예 기획사, 가요 홍보대행사, 브로커들이 음원 사재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믿을 수 없는 순위 차트를 만들게 한다.

지난 2013년 검찰은 ‘음원 사재기’를 조사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음악 업계의 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사재기 행태를 철저히 조사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검찰은 재수사 의지를 갖고 논란이 되고 있는 ‘음원 사재기’ 실체를 파헤쳐주기 바란다. 연예 기획사도 ‘음원 사재기’ 문제점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멜론 등 대형 음원 사이트도 보다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추천 음원, 실시간 음원 차트도 정비해 믿을 수 있는 음원 사이트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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