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 5년, 시장이 바뀌었다] ① 인수합병 열기… 금융가 판도가 바뀌었다

입력 2015-10-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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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하·신·국·우’ 新4강구도… 증권가도 M&A 속으로

국내 금융산업은 역사적으로 대형화를 통해 발전해 왔다. 미약한 국내 경제 상황 속에서 외국 자본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금융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형 확장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다. 정부도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해 인수합병(M&A)을 부추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이 같은 인식은 거의 명제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국내 금융산업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해외 유수의 투자은행(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몸집을 불리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의 M&A는 전략적 선택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방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질적 성장이 없는 양적 팽창은 오히려 독(毒)이 되는 시대가 왔다. 대마불사(大馬不死)에 의존해 오히려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핵심은 경쟁력 확보다. 겸업화를 통해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를 실현해야 한다. 핀테크, 해외진출 등 새 먹거리를 찾아 차별화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은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크고 강한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이다”란 명언을 남겼다.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에 모두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무분별한 M&A보다 계열사 협력 통해 경쟁력 확보 =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조·상·제·한·서’로 압축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부터 영업한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을 설립연도 순으로 나열한 말이다.

전체 예수금의 80%를 5개 은행이 나눠 가질 정도로 막강한 위용을 과시했던 ‘조·상·제·한·서’는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재편되기 시작한다.

상업과 한일(현 우리은행)의 합병을 시작으로 조흥과 신한(현 신한은행)까지 합쳐지면서 위용을 자랑하던 5강(强) 체제는 10년도 채 안 돼 ‘국·우·신·하·외’(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판도는 10여년 만에 또다시 뒤집어졌다. 이제는 ‘하·신·국·우’(KEB하나·신한·국민·우리) 4강 구도다.

지난 1일 출범한 KEB하나은행은 총 자산만 300조원에 달하는 메가뱅크다. 명실상부 업계 1위 KEB하나은행은 이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리디뱅크 경쟁에 당당히 합류했다. 그러나 아직 역량면에서 갈 길이 멀다. 영업 기반이 되는 고객 수가 적다. 예수금과 대출 실적도 각각 2, 3위에 머물고 있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규모와 비교하면 이익은 저조하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겸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융·복합 영업의 중요성으로도 설명된다. 과거에는 은행, 증권, 보험 등 계열사 별로 따로 영업을 진행했지만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은 은행+증권, 은행+증권+보험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달 초 열린 창립 14주년 행사에서 “그동안 은행과 증권 간 협업모델 표준을 만드는 등 노력했지만 단순히 협업을 위한 틀을 마련한 것에 불과했다”면서 “더 중요한 과제는 그룹 전체가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 저금리·저출산 여파에 휘청…매물 쏟아진다 = 수십년간의 재편을 거쳐 어느 정도 안정된 구도를 갖춘 은행과 달리 보험사들은 저금리·저출산 여파에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연 5% 이상 고금리를 보장하고 팔았던 보험상품이 1%대 저금리에 진입하면서 부메랑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개념인 적립이율이 자산을 굴려서 내는 운용자산 이익률보다 높다. 10여년째 역마진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자동차보험은 15년째 적자다. 지난해까지 쌓인 적자만 10조원에 달하지만 정부 눈치에 보험료 인상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2020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상당수 보험업체가 자본잠식에 빠질 거란 분석까지 나온다.

시장에 나온 매물만 10여개에 달한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2003년, 2012년의 흑역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000년 영국 투자금융사 리젠트퍼시픽그룹은 당시 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던 해동화재를 인수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업계 침체로 인해 결국 12년 만에 청산절차를 밟았다. 지난 2012년에는 66년간 독립 금융사로 활동해 왔던 그린손해보험이 누적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곳도 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M&A 시장의 마지막 대어(大漁) 대우증권 인수에 잠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KB금융에 편입된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의 빠른 시너지 창출이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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