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점유율 욕심이 국제유가의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
국제유가(WTI 기준) 바닥설이 제기된 다음날 유가가 다시 5%대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53달러(5.1%) 떨어진 배럴당 47.1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9월1일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2.67달러(5.1%) 하락한 배럴당 49.98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음으로 인한 공급 과잉이 국제유가 바닥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날 OPEC이 발간한 9월 회보에 따르면 9월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은 하루 3157만 배럴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시티퓨처스퍼스펙티브의 팀 에반스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원유 시장은 지난 주 기록한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지금으로서는 수요의 급격한 증가설을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가격 하락이 수요를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의 성장 둔화로 그 대부분이 상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OPEC의 압둘라 바드리 사무총장은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린 회의에서 내년에 원유시장이 정상화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국제유가의 바닥설을 제기했다. 그는 원유 수요가 성장하는 한편 비회원국에서의 공급이 줄어 2016년에는 원유시장의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원유 수요는 2040년까지 하루 1억1000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며, 석유 산업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라는 발언도 내놨다. 쿠웨이트 석유공사(KPC)의 모하마드 가지 알 무타이리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날 회의에서 “원유의 수급 격차는 내년 3분기(7~9월)에 거의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드리 사무총장은 “OPEC은 2016년 원유시장이 더 균형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부 OPEC 비회원국에서 생산이 축소된 반면 수요가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1개월간 약 10% 상승했다. 이는 미국 내 시추 축소와 세계적인 에너지 투자 억제 움직임이 세계 시장에 있는 잉여분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내 생산이 감소한다고 해서 가격이 반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같은 산유국이 감산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이 8월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은 4월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OPEC의 산유량은 4~8월에 계속 증가하며 미국의 감산 분을 상쇄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의 증산이 두드러졌다. 트레이더들은 이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 조치가 해제되기 전 11월 하순이나 12월 초순까지 수출을 하루 50만 배럴 늘릴 방침이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도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인 에너지 애스펙츠는 9월 세계 원유 재고가 생산 능력의 80%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원유 시세가 연내에 정상 궤도에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이달 고객용 보고서에서 미국의 원유가격은 연내 40~50달러로 추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토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맷 샐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3분기는 스트레스가 매우 높았다. 원유 시장은 균형 상태로 돌아오고 있지만 시장 심리가 매우 중요하고, 무엇이 심리를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65달러를 넘어 설 것으로 전망했다.
타라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저스먼은 “시장은 아직 대량의 재고를 안고 있으며, 이란산 원유 생산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정상화에 대해서는 “당장은 실현이 어렵고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