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관계자들로부터 금리인상 시기 등 금융정책과 관련된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연준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자 ‘FOMC’가 ‘Federal Open Mouth Committee(입을 연 연방위원회)’의 약자로 쓰이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금융정책의 힌트가 주어졌던 과거와 달리 중구난방처럼 쏟아지는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자 연준에 대한 불만이 조소로 변질된 것이다.
투자회사 매닝앤네이피어의 마크 브샤로 채권 부문 책임자는 “(연준 관계자는) 각자 자신의 발언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며 “사실은 명확하지도 않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잡음만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RBS증권의 금리전략부문책임자인 존 브릭스는 13일자 보고서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준의 신뢰성은 내가 기억하는 한 지금이 최악이다. 런던의 매크로 펀드에서부터 유럽 대륙의 실수요자에 이르기까지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는 이유 만으로 실제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투자자는 ‘그들의 발언이 아니라 행동에 반응할 것이다. 이제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의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브릭스는 리스크의 하나로, 연준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깨고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봤다.
연준 관계자들은 13일에도 서로 다른 견해들을 쏟아냈다. 금리인상을 미뤄야 한다는 ‘비둘기파’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매파’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는 13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를 올리기에 적절한 상황이 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상황과 낮은 에너지 가격,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압력을 주고 있다”며 “일부 연준 위원은 금리를 너무 빨리 인상하는 것이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률이 하락하면 향후 물가상승률이 오른다는 필립스곡선과 같은 전통적인 이론보다 물가와 임금이 오른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며 “글로벌 경기둔화가 미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거듭 연내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설에서 “연준의 정책 목표를 거의 달성한 지금이 제로금리 기조 종료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금리인상이 통화정책 긴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이후에도 연준의 경기부양적인 정책이 지속되기 때문에 향후 미국 경제에 남아있는 위험성에 대한 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