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간의 유병률이 최근 국내에서도 증가되고 있어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 위험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대한간학회가 1988년부터 2007년까지 성인 총 75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 10%였던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0%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은 과다하게 축적된 지방이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질환으로,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과음과 비만이 지방간 발생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탄수화물·당분의 과잉 섭취, 당뇨,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요인이 지방간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김태헌 교수는 “지방간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 않고 진단을 받더라도 다른 간질환에 비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지방간은 장기간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간경화로 진행돼 간암 발생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원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은 10월 20일 간의 날을 맞아 ‘지방간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을 발표했다.
◊흔한 질환으로 건강상 큰 문제없다? 장기간 방치 땐 만성 간염·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과음, 과체중과 연관된 단순 지방간은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으로 대부분 회복할 수 있지만 가볍게 여겨 장기간 방치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단순 지방간에 염증이나 섬유화 소견이 더해진 지방 간염은 치명적인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10~35%는 알코올성 간염을 유발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10%는 염증이나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 간염으로 발전한다. 이렇게 되면 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만성 간질환은 간 기능 소실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 많이 먹으면 지방간? 탄수화물·당분 과다 섭취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불러
일반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고지방 식이로 인해 발병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과도한 탄수화물·당분 섭취도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정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군(상위 33%)이 탄수화물 섭취량이 낮은 군(하위 33%)에 비하여 남성은 약 1.7배, 여성은 약 3.8배 높았다고 밝혔다. 과당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범이다. 과당은 오로지 간에서만 대사가 이루어지는데, 많은 양의 과당이 한꺼번에 간으로 유입되면 미처 포도당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지방 성분으로 간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은 흰 쌀밥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탄수화물 섭취가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경우 하루 에너지 필요량 중 50~60%만 탄수화물 식이로 섭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인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설탕, 시럽, 과즙 농축액 등의 첨가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방간은 나이 들면 생기는 병? 어린이 지방간 유병률 증가 추세
지방간은 흔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40~50대의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 방식이 서구화됨에 따라 소아·청소년에서 지방간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비만학회는 소아 지방간 환자의 2~10%에서 간경변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도 비만인데, 2010년 교과부 조사 결과 비만 아동의 11.3%가 지방간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어린이 지방간은 성인과는 달리 ‘설마’ 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조금 뚱뚱할 뿐 지방간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한 아이는 간 기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외식과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세 끼 식사를 균형 있게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성장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 17~18세 전이라면, 소식·단식과 같은 무조건적인 칼로리 제한은 피해야 한다.
◊지방간은 애주가의 질환이다? 지방간 환자 80%가 비알코올성
흔히 지방간은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조사에 의하면 전체 지방간 환자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을 차지하며, 증가세 또한 가파르다. 식약처 연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지난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복부비만, 약물 복용 등이 주원인이다. 따라서 비만, 당뇨,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간 기능 검사 이상 소견을 보이면, 지방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단순 지방간과 향후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는 지방 간염의 감별을 위해서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지방간은 간경변·간암만 조심하면 된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 3.5배 높아
대한간학회가 실시한 ‘지방간 및 간질환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25%가 지방간은 나이가 들면 자연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방간은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와도 연관성이 있다. 지방간이 있는 경우 관상동맥에 석회화 현상이 생길 위험은 30%가 증가하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보다 3.5배 가량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환자는 간 상태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검사도 함께 실시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남성의 질환? 알코올 간질환 중 여성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34.2%
알코올성 지방간은 직장 생활로 잦은 술자리를 갖게 되는 중년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여성도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005년 이후 여성의 월간 음주율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2011년)에 따르면 여성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여성 알코올 간질환 환자의 3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여성은 소량의 알코올 섭취로도 심한 간 손상이 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신체 구성 성분 상 체지방의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이 적기 때문에 알코올 간질환에 취약한 셈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는 술을 끊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금주는 개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동료, 의료진의 관심과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점차적으로 음주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