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시절 건설수지 연 23.9% 성장… 우리경제 든든한 버팀목
대한민국 해외건설의 역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지 50년 만인 올해 6월 삼성물산이 호주 웨스트커넥스 프로젝트(6억8000만불)를 수주하면서 누적 수주 7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해외건설협회는 “2013년 12월 수주 누계 600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저유가, 중동 정세불안 등 불리한 수주 여건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달성한 것이어서 그 성과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해외건설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오일쇼크 등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건설 수주가 크게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IMF 당시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때에도 건설수지는 흑자를 냈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연평균 5.1%씩 늘어난 반면, 건설수지는 23.9%씩 성장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이 처음 태국 건설성 도로국이 발주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에서는 첫 해외진출에 따른 어려움이 많았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가지고 나간 재래식 장비로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할 처지였다. 최신식 장비를 구입해 보았지만, 기능공들은 사용법을 잘 몰라 두 달도 못 가 고장을 내기 일쑤였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지만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는 현대건설에 빚만 떠안겼다. 그러나 이 공사를 하면서 현대건설은 전동식 롤러나 컴프레서, 믹서기 등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썼으며, 최신 장비 사용법과 선진 공법을 익힘으로써 훗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완벽하게 갖출 수 있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진출은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해외에 나가 선진기술을 익힘으로써 기술 혁신을 이룩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국내 건설의 침체로 둔화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었다”며 “결국 두 가지 목적를 다 이루고 글로벌 건설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도 국내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계속됐고 50년이 지난 지금 70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을 통해 본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5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75억 달러)에 비해 32.1% 감소했다. 2014년부터 계속된 유가하락과 중동지역 정정 불안, 세계 건설업계의 경쟁 심화 등이 이유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올 3분기 1조51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정도로 성적표가 안 좋다. 대부분 사우디 샤이바 가스와 얀부 발전, UAE CBDC 정유공장 등 중동지역의 3개 프로젝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다.
국토교통부는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우려, 유로화·엔화 약세 등으로 대외 수주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의 주력시장인 중동지역의 수주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연기된 대규모 프로젝트인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NRP) PKG1, 2, 3, 5 공구에서 59억 달러를 수주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카타르 Facility D IWPP(18억 달러)까지 수주가 이뤄질 경우 상반기 부진을 떨쳐내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