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자본시장부 기자
증권가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검찰이 지나치게 일부 개인의 비리를 부각시켜 조직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장사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검찰 수사로 인한 영업 차질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안일한 시각이다. 이번 블록딜 게이트는 증권사 임원과 팀장이 연루됐다. 조직의 윗선이 연루된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원과 팀장이 비리에 가담했다면 그 나머지 구성원들의 신뢰도도 의심받는 것이 당연하다. 증권가는 검찰의 수사를 예의 주시하기보다는 협회 차원에서 빠른 사과와 자정 노력 선언을 우선해야 한다.
더욱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증권가의 비리도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고 있다. 블록딜 게이트는 특정 기업의 대주주가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면 브로커를 통해 증권사가 이를 매매하는 방식이다. 대주주는 막대한 차익을 얻고 브로커와 기관 관계자들은 검은돈을 받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작전세력과 증권사·자산운용사 관계자, 브로커 간의 결탁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그동안 영화로만 봤던 검은 커넥션이 검찰 수사를 통해 하나둘씩 드러나는 셈이다. “이번 증권범죄 관여자들을 보면 작전세력의 ‘어벤저스’ 같다”는 평가도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검찰의 블록딜 게이트 수사는 더 확대될 것이 유력하다. 수사가 진행되다 보면 더 윗선의 비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업계에 악성 블록딜이 만연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비리는 작은 곳에서 시작하지만 순간의 방심이 조직 전체를 멍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