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가 1996년 H.O.T를 선보인 이후 한국 대중음악은 연예기획사가 육성한 아이돌그룹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후 젝스키스, SES, 핑클 등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장악했다.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을 중심으로 K-POP한류가 일기 시작하면서 아이돌 그룹은 한류 전령사 역할도 주도적으로 했다.
하지만 연예기획사의 문제 있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 일명 ‘노예계약’으로 불리 우는 불공정한 전속계약 관행과 불합리한 수익배분, 멤버간의 불화와 갈등 등으로 아이돌그룹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해체나 활동 중단을 하는 경우가 일반화했다. H.O.T와 S.E.S는 5년 활동을 한 뒤 해체를 했고 젝스키스는 활동 3년 만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아이돌그룹은 대부분 5년 정도 활동하다 해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대중음악계에선 ‘아이돌그룹 평균 수명은 5년’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2000년대 중후반 아이돌 육성시스템이 전문화하고 체계를 잡아가는 한편 표준계약서 도입 등 불공정한 계약관행이 상당부분 개선되면서 5년 넘게 활동하는 그룹도 속속 등장했다.
1998년 데뷔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신화가 17년 동안 활동하며 장수 아이돌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유노윤호 시아준수 5명의 멤버로 출발했다가 영웅재중 등 3인의 멤버가 탈퇴해 2인 멤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동방신기가 11년, 멤버 변동이 있었던 슈퍼주니어가 10년을 활동해 대표적인 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꼽힌다. 이어 9년의 빅뱅, 브라운아이드걸스, 8년의 소녀시대, 원더걸스, FT아일랜드, 카라, 2PM, 7년의 샤이니, 비스트, 6년의 에프엑스, 2NE1, 포미닛, 시크릿 등이 5년을 넘겨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다.
이처럼 5년을 넘기며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문제 있는 전속계약 관행의 개선과 연예기획사 관리 시스템의 진화, 계약 기간과 수익배분 등을 명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 도입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그룹은 유지한 채 유닛, 솔로 등 음악활동과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연극, 예능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장수 아이돌 그룹이 증가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경우, 그룹 활동을 하면서도 윤아는 연기, 태연은 솔로와 유닛활동, 써니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 서현은 뮤지컬, 수영과 유리는 연기와 MC를 병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소녀시대처럼 그룹 활동과 멤버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한류 특수로 인한 이윤창출은 아이돌 그룹으로 존재해야 가능한 점도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해체보다는 존속을 원하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진 이유다.
과거에는 멤버 탈퇴는 곧 해체를 의미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멤버가 교체되거나 탈퇴해도 계속 그룹을 유지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것도 장수 아이돌 등장의 하나의 이유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원더걸스, 2PM 등 많은 장수 아이돌그룹이 일부 멤버 탈퇴와 교체로 데뷔 때의 멤버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평균 아이돌 수명이라는 5년을 넘기는 장수 아이돌 그룹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반면 데뷔 무대가 은퇴무대가 되는 단명 아이돌그룹도 속출하고 있다.아일리 모아 비밥 멜로디데이 윙스 배드키즈 등 2014년 지난 한해 65개 이상의 팀이 가요계에 데뷔했고, 올 상반기에도 씨엘씨, 엔플라잉, 몬스타엑스, 세븐틴 등 20여개 넘는 아이돌 그룹이 대중과 만났다. 하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아 살아남은 그룹보다 단명하는 아이돌그룹이 훨씬 많다. 아이돌 멤버 수나 연습생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인 멤버의 아이돌그룹이 데뷔할 때 평균 1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데뷔이후 일정 정도의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아이돌 그룹은 자연스럽게 해체된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1년에 60여개 아이돌그룹이 데뷔를 하면 대중의 주목을 받아 수익을 내는 그룹은 3~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힘겹게 버티거나 해체를 하게 된다. 데뷔 무대가 은퇴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음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그룹의 수명은 점차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