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섭렵(涉獵)은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많은 책을 널리 읽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경험을 쌓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박섭(博涉)과 같다. 섭(涉)은 건넌다는 뜻인데, 섭세불심(涉世不深)이라고 하면 세상일에 어둡다는 말이다. 엽(獵)은 사냥하다, 추구하다는 뜻이다.
섭렵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정밀하지 못하면 그런 공부는 수박 겉핥기가 된다. 어린이들 교재인 ‘유학경림(幼學瓊林)’에 이런 말이 있다. “섭렵함이 정밀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것저것 여러 가지 학문을 하는 폐단을 말한 것이요, ‘중얼중얼 책 읽는 소리’란 모두가 독서할 때의 소리를 말한다.”[涉獵不精 是多學之弊 咿唔佔畢 皆讀書之聲]
이덕무는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각각 재능이 있는 곳에 전심하게 된다. 사기 한 권을 가지고 말하더라도 똑같이 읽은 것이지만 경륜에 힘쓰는 자는 초점을 성패(成敗) 치란(治亂)에 두어 다른 것은 관심을 두지 않아 잘 모르고, 문장에 힘쓰는 자는 주로 읽는 것이 편장(篇章)과 자구의 법이어서 다른 것은 알지 못하고, 과거에 힘쓰는 자는 보는 것이 기우(奇偶)를 찾고 기교를 섭렵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더욱 잘 알지 못하니 이것은 하(下)의 하(下)이다. 일체의 자집(子集) 패가(稗家)가 또한 이와 같다. 비록 한 곳으로 통하는 것은 있으나 대방가(大方家)는 아니다. 큰 선비는 안목이 매우 멀어서 아울러 행하고 가지런히 나아가 조금도 군속(窘束)하지 않고 원활하고 광명하여 대를 쪼개는 것 같고 병을 세우는 것 같다.” 군속은 군색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 하라는 건가? 중요한 것은 박이정(博而精)이다. 나의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넓지만 정밀한 ‘박이정’을 강조하면서 박과 정을 합쳐 ‘벙’의 자세로 공부하라는 농담을 했었다. fusedtree@